설악산 심장소리
아름다움 뒤에는
고통의 깊이로 서있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사람이든
자연이든
하늘과 땅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곳엔
인과관계로 묶여있기 때문이다.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차고
깊고
투명한데
상권을 놓고
가슴만 두드리고 있다.
하지만
누구를 위한 배려인지
따져볼 시간도 없이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카메라 셔터가 연신 터지고
감탄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경제논리로 인해
가라하면 가야하고
오라하면 와야 하는
타율적인 선택에 의해
바람은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
정적이 흐른다.
고요와 동적인 움직임이 함께 일어서고
바쁜 와중에도
정적인 움직임이 손뼉을 치고 있다.
종교의 힘은
정치, 경제, 문화, 사회
각 방면에서
권력 못지않은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것이
기독교가 되었든
불교가 되었든 지간에
최후의 인류 한명이 남을 때까지
바람을 타고 함께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누가 자연 앞에서
고개를 숙이지 않은 이가 있었던가?
그 누가 사회 앞에서
무릎을 꿇지 않은 이가 있었던가?
어느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든
너와 내가 살아있는 한
우리들의 역사는 시작되어지기 때문이다.
우려 섞인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권금성케이블카는 쉼 없이 왕복하며
관광객들의 눈과 귀를 열어주고
거대한 야외불상은 스님을 내려다보며
청아한 목탁소리에 심장소리를 내어주고 있다.
이 얼마나 가슴시린 장면인가?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발걸음을 옮기면 되듯이
그렇게 우리들의 행보는
바람 따라 움직이면 그만이다.
설악산을 밟는다는 것은
구름을 밟는 일이자
바람을 타는 일이기에
비선대와 더불어 와선대와 함께
비룡폭포를 껴안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흔들바위와 울산바위를
온몸으로 껴안는 일이자
눈과 귀를
어느 곳에 고정시켜야하는지를
따져 묻는 곳이기도 하다.
바람을 불러들여
달리라고 하면 달릴 것이고
구름을 불러들여
멈추라고 하면 멈출 것이다.
이렇게
산과 바다를 만나게 하거나
사람과 자연을 만나게 하여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행복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고 있다.
이 얼마나 고마운 곳인가?
이 얼마나 기쁜 곳인가?
2016년 4월 20일 수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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