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춘강 엄용식 화백님의 소천(所天) - ‘경험담과 대화’(5-1)

청아당 2016. 2. 16. 11:15

춘강 엄용식 화백님의 소천(所天) - ‘경험담과 대화’(5-1)

 

하늘에서 부르면 언제든 달려가야 하는

우리네 인생!

 

마지막 발걸음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가며

생사의 경계에서

춤출 수 있다는 것은

모든 것이 평안하기 때문이다.

 

그 누가 죽음을 죽음이라고 노래하겠는가?

그 누가 삶을 삶이라고 노래하겠는가?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듯이

모든 것은 초점과 기준에 따라 달리 보이듯이

자연의 힘만으로도 생사의 경계를 허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룻밤 자고나니

소천 해버리신 아버님의 행적이

자나 깨나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평생을

아니 죽는 날까지 머리에서 빙빙 돌며

하루 일과에서 빼놓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문득문득

체온이 느껴지는

같은 공간

같은 장소에서

호흡해온 세월이 있기에

더는 숨길 수도

더는 드러낼 수도 없기 때문이다.

 

아직도

병원에 출퇴근해야하는 것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것을 보면

그만큼 애정이 깊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집안의 어르신이자

큰 기둥이 뽑히는 기분이기에

그리고

살아오신 경험담을 들었고

따로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아직도

자문을 구하거나 대화해야할 일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일이자

아버지라는 이름 하나로 남겨두셨지만

그만큼

크고

넓고

아름다운 분이시라는 것을

깨닫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2월 6일 토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