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하나 둘씩 떠나는 사람들

청아당 2014. 10. 30. 20:53

하나 둘씩 떠나는 사람들 

 

고향 같은 사람들이 모여 

잠시 들렀다 가는 곳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놓고 있다 

 

환자가 환자를 돌보는 

분위기 있는 병실에서 

뜻하지 않은 70대 후반 환자가 들어와 

가부장적인 권위로 

자신의 아내를 함부로 대하고 있다 

그리곤 

자신의 뜻에 맞게 해달라며 

잠시도 말을 멈추지 않는다 

 

침대에 드러누운 채 

병실 침대 헤드부분을 

올려라 내려라하면서 

연약한 할머니를 다그치듯 

몰아붙인다 

오죽 답답했으면 

건너편 보호자가 

일어나 앉으라고 말한 후 

직접 헤드부분을 돌려가며 

환자가 원하는 각도에 

정확하게 맞춰 올려준다 

그리곤 돌아선 채 한마디 한다 

큰 체구로 침대를 누르고 있어 

꿈쩍도 하지 않는다고 말해준다

 

그것도 그것이지만 

밤새 TV를 크게 틀어놓고 

잠들다가도 

다른 환자가 TV를 끄면 

TV를 껐다고 다시 켜놓는다 

 

6인실 공용의 병실에서

서로가 배려하며

지내야하는데도 불구하고

막무가내이다

 

그날과 그 다음 날에 걸쳐

갑자기 환자들이

다른 병실로 옮기거나

퇴원하는 환자들이 나타나고 있다

한마디로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이다

 

담당하는 간호조무사마저 

영문을 모른 채 

이상한 표정을 짓는다 

갑자기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힘들어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6인실에 2명만 남고 말았다

그것도 나이어린 환자 10대와 함께 남은 것이다

2명은 4인실로 옮겨

편안한 분위기속에서 지내고 있다

오히려 새옹지마가 되어버린 셈이다

앞으로 어떻게 변화될지 모르겠지만

남보다 자신부터 챙기는 사람으로

인식되어져 버린 것이다

 

앞뒤 구분 없이 사연을 모르면

막무가내인 70대 환자를

비방할 수도 있겠지만

사연을 들어보면

뼈아픈 측은지심이 생겨나기도 한다

 

한 병원에서

인공고관절 수술을 5회에 걸쳐 했지만

낫지 않아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5회에 걸쳐 재수술을 했고 

그래도 차도가 없어

또다시 재입원한 것이다

 

극도로 예민해져 있는데다

몸과 정신적인 피해까지 입다보니 

남다른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 선입견보다는

그 속내를 먼저 챙겨보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공동생활에서

조금이라도 남을 생각한다면

서로가 웃으며

지낼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6인실을 혼자 쓰겠다는

심사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

 

그런 것 같다 

살면서 누구한테 민폐를 끼치지 않고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자신도 모르게 민폐를 끼치며 사는 것이 

우리네 인생인 것처럼 

조심하고 또 조심하며 살아가야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자 

삶의 정석으로 통하고 있기도 하다

 

한발만 뒤로 물러서면

서로가 편할 텐데

환자들을 하나 둘씩 내보낸 후

언제 그랬나 싶을 정도로 

6인실 중에서

가장 넓고 편한 자리로 이동하여

편안하게 지내고 있다

TV도 밤 11시를 넘기지 않고 소등한 체 

숙면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야간 근무자인 간호사한테 확인해보니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한다 

크게 문제가될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근무하다보면 

그보다 더 심각한 상황도 발생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직접 당해본 사람들의 의견은 

그렇지 않다는 데에 더 큰 문제가 있다 

다 같이 아픈 환자들이 모여 사는 곳이

병실이다 보니

마치 자신만 아픈 것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결과적으론 

나쁜 방향으로 결론이 났지만 

그렇게 경우 없는 사람은 아니라고 한다 

문제는 지금도 많이 아프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기준에 대한 잣대의 방향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밖에 없다 

 

2014년 10월 30일 목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