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그림을 그리다(수정)
그림은 그리는 것이 아니다
詩는 쓰는 것이 아니다
여백을 채우는 것이
그림이라면
여백을 비우는 것은
詩이다
여백의 미는
시간과 공간을
앞당기기도 하지만
과거의 시간을 끌어들여
현재에 올려놓기도 한다
계절의 상징인 가을낙엽
생명을 털어내기 위한
몸짓으로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모든 것을 내려 놓은 채
서있기만 해도
우리들의 눈길을 사로잡거나
영혼을 깨우는 힘이 있다
그리고
낙엽을 밟는 시인과
화가의 영감을 일으켜 세우기도 한다
모든 것을 비운 채
자연 앞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詩가 되고
그림이 된다
그리고
붓끝이 움직일 때마다
詩가 되고
그림이 된다
누가 詩를 詩라고 했는가
누가 그림을 그림이라고 했는가
詩와 그림만으로도
자연을 노래하며
산과 바다를 노래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이로 인해 나타나는 것은
우리들의 감성과 예술적인 감각이지 않은가
그러고 보면
꿈과 희망이
살아있어야 하는 이유는
詩를 노래하거나
그림을 노래해야하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황홀한 기쁨인가
이 얼마나 즐거운 행복인가
그리고
정적인 아름다움이 있다면
동적인 아름다움도 있는 법
어떤 이는
정적인 아름다움을 보고
아름답다 하고
어떤 이는
동적인 아름다움을 보고
아름답다 한다
그렇지만
그 무엇을 선택해도
詩와 그림은
하나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정적인 아름다움은
예술성을 강조하고 있다면
동적인 아름다움은
선율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멈춤과 움직임이
함께 움직인다는 것은
정적인 아름다움이자
동적인 아름다움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분명 멈춰있지만
안에서는 움직이고 있고
분명 움직이고 있지만
안에서는 멈춰있다
이로 인해
그림은
그리는 것이 아니라
여백을 채우는 것이듯이
詩는
쓰는 것이 아니라
여백을 비우는 것이듯이
그림은 詩이자
詩는 그림으로 통하기도 한다
2014년 10월 25일 토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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