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정선 아우라지 처녀상

청아당 2014. 8. 10. 12:43

정선 아우라지 처녀상

 

여행은 찾아가는 것이지

초대받아 가는 것이 아니다.

낯설다는 것!

신기하다는 것!

처음 만나본다는 것!

자연과 대화할 수 있다는 것!

침묵으로 명상할 수 있다는 것!

길을 묻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것!

이 모두가 여행에 대한 설렘을 자극하고 있다.

 

여행(旅行)은 여러 곳을 향해 움직이는 동선이 크다면

피서(避暑)는 한곳에서 더위를 피해가며

텐트(tent)나 캠핑카 또는 펜션(pension)에서

편안하게 쉬거나 음주와 가무를 곁들여가며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 점에서

어떤 이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어떤 이는 피서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사람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다르듯이

여행을 하든

피서를 하든

자신의 취향에 따라 움직이면 그만인 것이다.

 

정선에 있는 아우라지 강을 따라 달리다보면

징검다리를 건너라는 신호가 온다.

무료로 건널 수 있는 「아우라지」 라고 선명하게 쓰여 있는 배가

도선장(渡船場)에 정박해있고

일정한 인원이 모이면 구명조끼를 착용한 후 출발하게 되어있다.

시간은 약 5분 정도 걸리는 거리이다.

 

홀로 배를 저어 가는 것보다

공중에 매달려있는 쇠줄에 고리를 걸어

함께 노를 젓는 풍경이 더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감정이 소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인상 깊게 다가오는 것은

언월도(偃月刀) 또는 월도(月刀, 月桃, 越桃)를 연상케 하는

초승달 모양의 조형물로 세워진 다리와

「아우라지 처녀상」 을 향해 놓여있는 징검다리이다.

제법 물길이 세차다.

「아우라지 처녀상」 옆으론

여송정(餘松亭) 정자와 소나무 숲길이 펼쳐져있어

시인묵객들의 풍류와 자연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가 있다.

그리고 주차장 옆엔

백조모양의 조형물로 세워진 다리가 어서 오라고 유혹하고 있다.

 

달이 차면 기울듯이

처음과 끝이 하나인

초승달은

시작의 의미이자 발원지 또는 출발의 의미가 포함되어져 있고

보름달은

끝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풍성함과 결실 그리고

또다시 새롭게 시작하라는 반복적인 종결의 의미가 포함되어져 있다.

 

여행이라는 것이 그렇지만

사소한 곳까지 모두 다 보려고 하면

진정 중요한 여행지를 놓치는 경우가 있어

자신에게 꼭 필요한 여행지를 향해 발길을 재촉하는 것이 더 나을 때가 있다.

 

정선 관광안내도에 의하면

양수인 송천과 음수인 골지천이 만나 ‘어우러진다.’는 뜻의 아우라지는 오래 전 한양으로 목재를 운반하는 뗏목이 출발하던 곳이다. 하천변에는 정선아리랑 가사 속의 님을 기다리는 처녀상과 정자각(여송정)이 있으며, 강 건너편에는 정선아리랑 전수관이 위치하여 있다.

 

「아우라지 처녀상」 을 솔밭에 풀어놓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여송정(餘松亭)이라는 정자와 초승달 모양의 다리를

배경으로 설치해놓고 있는 것은

보다 풍성한 이미지를 자아내기위한 배려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아우라지 처녀상」 은

한마디로 전형적인 조선의 아씨이자

이 시대의 처녀상으로써

당찬 이미지와 함께 다소곳한 옷매무새를 갖춘 채

바람으로 치마를 흩날리게 하며 역동적인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거기에다 강과 배를 사이에 두고

이별과 님을 그리는 애달픔과 고뇌에 찬 애환(哀歡)

그리고 침묵으로 인내심을 기르게 하는 수동적인 자세로 서있다.

하지만 「아우라지 처녀상」

그 자체는

이미 세속을 초월한 자태로 서있기 때문에

그 모든 역경과 고난을 모두 포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여성의 부드러움과 앙칼진 자세가

더욱 세련되어져 보이는 것도 모두 다 이에 근거하고 있다.

또한 곡선 하나하나에 실루엣이 실려 있고

삶보다 더 깊은 연륜이 받쳐져 있어

대답 대신 그곳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아우라지 처녀상」 의 위용(威容)은 돋보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조선의 아낙네이자

한국의 아낙네로써

억척스러움을 대변하는

들풀처럼

야생화처럼

그 모든 것을 끌어안은 채 서있다.

 

그 누가 작가의 상상력을 뛰어넘어

그 무엇에도 굴하지 않는 당찬 여성의 모습을 그려낼 수 있겠는가?

그 누가 삶의 근원을 받쳐내고 있는

한없이 부드러운 여성상의 모습을 그려낼 수 있겠는가?

「아우라지 처녀상」 은

단순한 모습으로 서있는 것이 아니라

내적 갈등과 외적 갈등의 교두보로써

우리들에게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가며

진정으로 우주와의 소통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눈과 귀로

보고 듣는다는 것은

행운중의 행운이다.

누가 이곳을 오라고한 적이 있었던가?

누가 이곳에 와서 머리를 식혀가며

흐르는 물에 탁족(濯足)을 즐기라고 한 적이 있었던가?

마음이 동하면 몸이 먼저 움직이는 법!

눈과 귀를 휘어잡을 기세만 있다면 그 어딘들 못가겠는가?

 

가는 곳이 보는 것이요

멈추는 곳이 쉼터인 것이다.

 

그러고 보면

눈보다 먼저 닿는 곳이 카메라이다.

시선을 끄는 곳엔

휴대폰에 내장되어져있는 카메라와 성능 좋은 카메라가 함께 터진다.

 

본다는 것은 가깝다는 뜻이고

걷는다는 것은 애정을 갖고 다가간다는 뜻이다.

더구나 숱한 애환과 유서 깊은 곳에

몸보다 마음이 먼저 가 있는 것은 당연한 처사일 것이다.

 

우리에게 언제 헤어지라고한 적이 있었던가?

우리에게 언제 만나라고 한 적이 있었던가?

발길 닿는 곳이 헤어지는 곳이고

손길 닿는 곳이 만나는 곳이듯이

헤어지는 곳엔 슬픔과 이별이 있고

만나는 곳엔 기쁨과 즐거움이 있다.

그리고

홀로 있다는 것은 외로움이자 슬픔으로 불리어지고

함께 있다는 것은 즐거움이자 행복으로 불리어지고 있다.

 

굳이 연인과 손잡고 있지 않아도

마음만 서로 맞는다면

떨어져있어도 함께 있는 것이고

언제라도 불러만 준다면

천릿길도 마다하지 않고 달릴 수 있는 힘의 근원으로 존재하고 있다.

 

만나고 헤어지는 곳엔

애환과 정한이 서릴 수밖에 없다.

생각을 해보아라!

그 사랑이 얼마나 절절하겠는가?

그 기쁨이 얼마나 간절하겠는가?

더구나 행복이 있는 곳이라면

그 어딘들 못 가겠는가?

 

달린다고 모두 다 달리는 것이 아니듯이

멈춘다고 모두 다 멈추는 것이 아니듯이

우리에게 명분과 달려갈 수 있는 힘만 있다면

강이든

바다이든

하늘이든

달릴 수 있는 데까지 앞만 보며 달릴 것이다.

그것이 사랑이고

그것이 행복이고

그것이 사람 사는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만남과 헤어짐이 없었다면

삶 그 자체도 없었을 것이다.

만남과 헤어짐 속에서 탄생한 것이

역사이고 삶이듯이

우리에게 다가서는 것은 늘 화두(話頭)로 유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바로 그것이 삶을 지탱해주는 지지대요

바로 그것이 우리들을 움직이게 하는 존재이자 힘의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선군에서 새겨놓은 「아우라지 처녀상」 옆에 세워진 비의 내용이다.

“이곳은 송천(松川)과 골지천(骨只川) 이 어우러지는 「아우라지」이다.

여기서부터 남한강(南漢江) 1천리 물길을 따라 처음 뗏목이 출발한 곳으로

정선아리랑의 숱한 애환(哀歡)과 정한(情恨)을 간직한 유서(由緖) 깊은 곳이다.

또한 뗏목을 타고 떠나는 님과 헤어진 곳이며

강을 사이에 두고 사랑하는 님을 만나지 못하는 애절한 사연을 담아 불리워진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너 주게 싸리 골 올 동박이 다 떨어진다…」라는

정선아리랑의 「애정편」이 전해오는 곳이다.”

 

1999년 11월 일

정선군

 

정선 관광안내도에 의하면

정선아리랑의 유래

충절을 지키던 선비들의 비통한 심정을 담아 부르던 시(詩), 애절함을 더해 정선의 소리가 되다.

조선개국 초기 고려왕조를 섬기던 선비들이 송도(松都)를 떠나 정선지방에 숨어 지내면서 입지시절의 회상과 가족,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한시로 표현하였다. 이것이 풀이되어 알려지면서 구전되던 토착 요에 후렴을 달아 불린 것이 지금의 정선아리랑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인간사를 꾸밈없이 노래한 것으로 정선 산간마을 주민들의 소박한 생활감정이 담긴 민요이다.

 

언월도(偃月刀) :

옛날 무기의 하나로, 초승달 모양으로 둥그렇게 휘어진 칼.

 

2014년 8월 6일 수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