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는 것도 어렵지만 잡는 것은 더 어렵다
소유하라고 한 적도 없는데
뒤돌아보면
가진 것이 많아진다.
분명 버리라고 말하는데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삶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잡기 위해 태어난 삶이기에
놓기 위해 태어난 삶이기에
때로는 잡기 위해 뛰어다니고
때로는 놓기 위해 뛰어다닌다.
사람들은 말한다.
놓는 것이 쉽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잡는 것이 더 쉽다고
아니
잡는 것이 놓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사실은
바람처럼 살아온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그 답이 명확하다.
그만큼 놓는 것도 어렵지만
그만큼 잡는 것도 어려운 법이다.
둘 다 한꺼번에 소유하거나
둘 다 소유하지 않는다면
그것처럼 좋은 일도 없겠지만
삶을 연장해가려면
때로는 진리를 부정하거나
때로는 현실을 부정해야할 때가 많다.
우주의 순환법칙에 의하면
잡는 것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고 한다.
놓는 것에 대한 기준도 모호하다고 한다.
객관적인 관찰이 아니라
주관적인 관찰이기에
어떤 때는 많이 잡고 있거나 적게 잡을 수가 있고
어떤 때는 많이 놓거나 적게 놓을 수가 있어
그 구분이 불명확할 때가 많다고 한다.
만약에
끊임없이 잡거나
끊임없이 놓게 된다면
삶의 균형은 깨어질 것이다.
한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중용의 道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거나
천지가 혼돈 속으로 빠져들어
그 본원의 자리에서 이탈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얼마나 소유해야만 만족할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다.
얼마나 버려야만 만족할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눈에 보이는 데로 잡거나
그저 눈에 보이는 데로 놓아야한다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이다.
결국
잡아라! 하는 사람도 잡지 못하고
놓아라! 하는 사람도 놓지 못한 채
덧없이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우리에게 불필요한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산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살아있을 때는 즐거울 수도 있지만
죽음 앞에선 슬플 수밖에 없기에
헛되고 헛된 세상에서
소리 한번 크게 지르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비록 그 모든 것을 한순간에 얻는다 해도
비록 그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는다 해도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것들은
나의 것도
너의 것도
우리들의 것도 아니기에
잠시 들렀다가는 여행객처럼 살아가면 그뿐인 것이다.
바로 이것이
놓는 것보다
잡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자
우리들이 감당해내야 하는 삶의 현주소인 것이다.
2014년 3월 4일 화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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