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정동진과 정서진

청아당 2014. 2. 9. 21:32

정동진과 정서진

 

보라!

태초의 생명이 떠오르지 않은가?

보라!

태초 이후의 생명이 떠오르지 않은가?

 

천년에 한 번씩 바다위로 떠오른 눈부신 황금태양을

정동진에서 맞이해본 적이 있는가?

그것도 밤을 향해 달리다 아침에 도착한 정동진에서…

천년에 한 번씩 바다너머로 떨어지는 눈부신 황금태양을

정서진에서 맞이해본 적이 있는가?

그것도 낙조를 향해 날개를 접는 정서진에서…

 

오늘을 위해 떠오른 태양은

내일을 위해 떠나는 태양이다.

주고받을 것이 없는데도

떠오른 태양은 저물기 위해 태어나고

떠나는 태양은 새롭게 단장하기위해 태어난다.

 

오늘 없는 내일이 없듯이

내일없는 오늘은 미래를 기약할 수 없기에

묵묵히 하루를 버텨나가고 있다.

 

아침에는 태양이

밤에는 달이

우리들의 경호를 맡고 있다.

그리곤 힘들 때

서로의 어깨를 두드려가며

힘내라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돌고 도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서있는 그곳이

아름다움이 될 수도 있고

추함이 될 수도 있기에

그 자리에서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이유이다.

 

억겁의 시간을 달려온 정동진

억겁의 시간을 밀어낸 정서진

 

시작과 끝은 이렇게 시작되어지고

처음과 나중도 이렇게 시작되어지고 있다.

분명 시작과 끝은 하늘이 뿌려 논 황금 무지개이지만

동서를 가로지르며 달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그렇다.

일출과 일몰사이에서 생겨나고 있는

역사와 종교는 그림자처럼 따라붙고 있다.

해가 떠오르는 순간 역사는 진행되어지고

해가 지는 순간 역사는 문을 닫는다.

그리고 그 자리엔

수호령처럼 종교가 대신 서있다.

 

단순하게

해가 떠오르고

해가 지는 그런 상상력만 한다면

태양은 더 이상 우리 곁에 머물 이유가 없을 것이다.

 

구름이 가렸던

바람이 달리든

호흡조차 멈춘 채

경건한 마음으로 태양을 받아들이고자

목욕 재개한 모습이 보이지 않은가?

 

온몸을 던져 솟아나게 하는 일출과

온몸을 던져 받아내는 일몰과의 사이에

우주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은가?

 

그렇다.

너와 나를 만나게 해주는 길잡이이자

나와 너를 하나로 만들어주는 우주적인 품인 것이다.

 

수없이 발품을 팔아가며

구름으로 산을 넘고

바람으로 바다를 건넌 후

달려갔다 달려오지만

정동진은 파도를 헤치며 배가 뜨는 곳이요

영동고속도로는 자연림을 등에 업고 자동차가 달리는 곳이요

정서진은 경인아라뱃길이 다니는 곳이자

인천대교와 영종대교를 하늘에서 내려다보며 비행기가 뜨고 지는 곳이다.

 

이렇게 시작과 끝이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정동진에선 시작을 알리는 모래시계가 쉬지 않고 움직이고

정서진에선 끝을 알리는 고요의 정점에서 노을종이 울리고 있다.

 

우리에게 언제 처음과 나중을 알려준 사람들이 있었던가?

우리에게 언제 시작과 끝을 알려준 사람들이 있었던가?

살다보면 느끼게 될 것이라며

침묵으로 지켜오지 않았던가?

가슴으로 묻고

마음으로 묻고

수족을 묶어가며 달려온 세월이 아니었던가?

한순간에 천리를 달리기도 하고

한순간에 천년을 이동하면서 달려온 세월이 아니었던가?

 

보라!

저 가슴 뜨거운 해돋이를

보라!

저 가슴 차가운 해넘이를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경지가 아닌가?

해가 떠오른 후

황금빛으로 바다를 적시던 그런 기세로 서있는 정동진이 아니었던가?

해가 지기 전 아라빛섬 광장에 낙조의 경관을 풀어놓은 정서진이 아니었던가?

 

그리움에 사무치거나

슬픔에 눈물을 적시던 그런 곳에서

해가 뜨고

해가 지는 것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하나의 꿈이자

하나의 이상이자

하나의 전설인 것이다.

이보다 더 행복한 일이 있겠는가?

 

더 이상 마음을 흔들지 말라고 했건만

더 이상 바람을 흔들지 말라고 했건만

자고나면 마음이 흔들리고

자고나면 바람이 흔들리고 있다.

 

이제는 주고받을 것이 없어진 마당에 그 무엇을 원하겠는가?

오가는 길에 손이나 흔들며

서로 웃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기쁨이고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더는 갈 수 없는 길이자

더는 올 수 없는 길이기도 하다.

 

 

정서진 노을종 세부 콘텐츠에 의하면

1. 정서진 노을 옆에는 월별로 정서진의 낙조를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지점을 음각으로 새겨 높은 노을 전망대가 있다.

일몰시 해당월의 자리에 올라서서 서해바다를 바라보면 정서진 노을종에 걸리는 아름다운 서해낙조를 감상할 수 있다.

또한 LED전광판을 통해 현재 시각과 노을종 퍼포먼스 시간을 알려주고 있다.

2. 노을/바다피아노가 있어 한곳은 바다를 테마로 하여 바다와 관련된 다양한 소리가 나며 다른 하나는 피아노 음계소리를 내고 있어 관람객들에게 즐거운 체험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3. 노을태양광이 매일 1kw 전기를 생산하며 생산된 전기는 정서진 노을종의 시설운영 전력에 이용되는 친환경 노을태양광이다.

4. 노을벽엔 정서진을 찾아온 방문객들이 새로운 시작, 새로운 출발을 위한 용기와 희망을 얻을 수 있는 체험공간이 있다.

일몰연인, 친구, 가족 또는 이웃사람과의 교류와 공존을 테마로 사랑, 행복, 소망, 설레임, 우정, 낭만 등 6개의 주제가 담긴 노을벽에 종을 매달며 치유와 위안을 기원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다.

5. 노을사중주는 매일 일몰시간에 아름다운 노을빛과 노을종의 소리 그리고 인간과 자연이 한데 어우러진 노을사중주가 펼쳐진다.

노을사중주는 정서진 노을종의 테마곡 “Happiness in Sunset" 과 계절에 어울리는 각기 다른 연주곡들로 어우러진 음악과 조명 퍼포먼스가 준비되어져있다.

 

정서진엔 2011년부터 매년 12월 31일에 해넘이축제와 불꽃축제가 열린다.

제3회 정서진 2013 해넘이축제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2013년 12월 31일(화) 16:40~20:00

정서진 아라빛섬 광장

 

2014년 2월 6일 목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