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영월 한반도지형(서강)-뗏목체험 선암마을

청아당 2013. 8. 6. 21:45

영월 한반도지형(서강)-뗏목체험 선암마을

 

정선 병방치 스카이워크 전망대 아래에 한반도지형이 있다면

영월 서강 쪽 선암마을에도 한반도지형이 있다.

동서를 가로지르며

하나도 아닌 두 개의 한반도지형이 있다는 것은

비경중의 비경으로 손꼽힐만하다.

바람처럼 달려가 꼭 안아주고 싶은

우리들의 영토이자 세계적인 경관이기에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한반도지형은

그야말로 한반도의 모습을 꼭 빼어 닮은

한 장의 지도이자 살아있는 역사로 자리 잡고 있다.

 

안내책자에 의하면

한반도지형은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75호로 삼면이 바다인 우리 땅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풍경으로 서강 변에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다.

강을 끼고 동쪽은 높은 절벽에 나무가 울창한 반면, 서쪽은 경사가 완만한 평지에 가깝다. 또한 북쪽으로 백두산에서 시작해 남쪽으로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을 떠올리게 하고, 멀리 북서쪽으로는 압록강 변 용천 위쪽에 자리 잡은 중국의 단둥공업지대, 남서쪽으로는 해남 땅끝 마을, 남동쪽으로는 포항 호미곶 모양의 지형, 전망대가 위치한 곳이 최남단 제주도이다. 더 놀라운 것은 한반도지형 남쪽에는 소나무 같은 침엽수가 아니라 활엽수가 자란다는 점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남해안 일대에는 난대성 활엽수가 자란다.

한반도지형을 감싸 안은 강은 평창강이고, 시멘트 공장 앞에서 압록강처럼 흐르는 강은 주천강이다. 이 두 강이 크게 휘돌아 치면서 만들어진 특이한 지형이다.

 

뗏목을 타고 부산과 서해안을 유람하고 있는 모습이

마치 화선지를 뚫고 달리는 자연의 그림이자 한편의 절경이기에

한반도지형 주차장을 거쳐

전망대로 몰려드는 인파가 점점 늘어남에 따라

선암(仙岩)마을을 향해

아니 뗏목을 타기위해 한달음에 달려가 예약부터 해놓았다.

잦은 장맛비로 인해 두 척의 뗏목 중 한척이

지붕이 사라진 채

뗏목만 강가에 드러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다.

기다리는 동안 시원한 생수와 감자전을 시켜 먹고 있는 중

83세의 할머니께서 말을 걸어오신다.

5남 2녀의 자식을 둔 어머니이자 시어머니로써

뗏목을 운영하고 있는 아들들과 강가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젊은 며느리를 가리키며

당신은 아직도 건강하다면서

밥을 짓고 빨래를 하며 청소까지도 가능하다고 하신다.

물보다 더 빠르게

절벽보다 더 가파르게 살아온 인생이지만

한반도지형에서 뗏목과 식당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선암마을을 위해

희생과 봉사한 대가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말하지 않아도 감탄이 절로 나고

누르지 않아도 카메라가 돌아간다는 것은

지형이 빼어난 것도 있지만

삶과 함께 녹아있는

자연이 있기에 가능하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이든지 그렇지만

자신을 던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기에

언뜻 한가해보여도

치열한 삶은 여기서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드디어 구명조끼와 밀짚모자를 쓴 채

뗏목에 차례대로 올라타 앉아

수려한 경치에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적벽대전을 연상케 하는 절벽은 깎아지른듯하고

물은 탁족하기에 알맞은 찬물이고

더구나 뗏목에 걸터앉아

흘러가는 물결을 뒤로하며 탁족하는 기분은

천하의 보물을 다준다 해도 맞바꾸지 않을 정도로

탁족의 깊이를 느끼게 하고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출발할 시간이 다되자

뗏목위로 여행객과 무더위도 피해간다는

모시옷을 입은 두 분의 사공이 오른다.

강가 쪽엔

노와 삿대가 준비되어져 있고

뒤편에도

삿대가 준비되어져 있고 그리고 노 대신 모터가 장착되어져 있다.

뗏목이라 어디가 앞쪽인지 어디가 뒤쪽인지 구분할 방법이 없지만

굳이 구분을 해보면 노가 설치되어있는 부분이 앞쪽이고

모터가 장착되어있는 곳이 뒤쪽이라고 임의적으로 지정해본다.

강바람이 모래밭과 뗏목 위를 달리고 있을 때

동생은 앞쪽에서

형님은 뒤쪽에서

형제지간의 우애로 호흡을 맞추며

뗏목을 앞으로 또는 뒤로 움직이고 있다.

얕은 곳에서

깊은 곳으로 향할 땐

배를 밀어나갈 때 쓰는 긴 막대기인 삿대로 나아가고

물이 깊어지면

노를 젓거나 모터를 작동시켜 풍향과 물결을 잠재우고 난 뒤

한반도지형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해주신다.

여행객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도록

노를 저어보거나 삿대로 뗏목을 저어보라고 권장하기도 한다.

만약에 전망대가 없었다면

한반도지형을 한눈에 알아보지 못한 채

숲 대신 나무를 보며

그 옛날 물류를 담당했던 기억으로만 살아갈 뻔했다.

지형이 험하고 한눈에 알아볼 수 없다는 단점 때문에

그렇게 알고 살아갈 뻔했던 곳이다.

시대가 변하고

역사가 변하고

삶의 현장이 변하자

비로소 숲을 보고 나무를 보며 살아가게 된 것이다.

출발선에 있는 한반도지형의 귀퉁이를 향해

포항과 구룡포가 자리하고 있고

부산을 지나 남해 쪽 건너편에 작은 동굴이 하나 있는데

6․25 전쟁 때 마을사람들이 임시로 숨어 지내던 곳이라고 한다.

여수를 지나고 목포를 지나 서해에 있는 백령도를 가리키며

자연이 만들어낸 자갈밭이라고 한다.

인위적으로 손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비가 그렇게 만들어냈고

자연이 그렇게 만들어냈고

태풍과 폭풍이 그렇게 만들어냈다고 한다.

그리곤 더 이상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곳이

서해 국방한계선(NLL)이라고 말하며

이제껏 깊은 물에서 작동시켜온 모터로 뗏목을 돌리며

아쉽지만 출발했던 곳으로

다시 되돌아가야한다며 회전시킨다.

실제론 여울이 턱져 물살이 세차게 흐르는 곳인

여울목이 버티고 서있어

더 이상 갔다간

다시는 되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흘러간다고 말한다.

그리고 또다시 이어지는 해설은

평소엔 다슬기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맑고 푸른 강바닥이 다 보이지만

장맛비의 영향으로

조금은 탁한 푸른빛의 물을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라며

그 대신 전망대를 향해 안녕하세요? 라며

다함께 손을 흔들며 목청껏 소리를 지르라고 말한다.

분명 전망대에서도

우리들의 목소리를 듣고 화답해줄 것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하면 이심전심으로

손 한번 흔들어 정을 나눌 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 큰 행복은 없기에 맘껏 손을 흔들자는 것이다.

 

2013년 8월 5일 월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