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환자가 환자를 돌보는 아름다운 풍경

청아당 2012. 2. 12. 20:32

환자가 환자를 돌보는 아름다운 풍경

 

하루보다는 이틀이 낫고

이틀보다는 사흘이 낫고

사흘보다는 일주일이 낫다.

하루 이틀은 서로가 서먹하여

친해지기 위한 준비기간이라면

일주일은 눈짓하나로 통하는

말없는 주고받음이다.

관절·척추 전문병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상의 그림이다.

손목에 이상이 있거나

어깨에 이상이 있거나

목 디스크에 이상이 있거나

허리디스크에 이상이 있거나

고관절에 이상이 있거나

발목에 이상이 있거나

무릎에 이상이 있거나

모두 다 치료를 위한 질병이다.

어떤 사람은 재발률이 높은

허리디스크와 무릎수술을 꺼리는 사람이 있지만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면

그동안 물리치료나 민간요법을 포기하고

수술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도 지역구가 아닌 전국구 병원으로 발돋움하면서

입소문과 매스컴을 통해

전국에서 몰려드는 수술환자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병원에서 입원하기위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병실에선

조금 더 치료를 받아야하는데도 불구하고

자진해서 퇴원하는 환자도 생겨나고 있다.

그리고 퇴원하자마자 준비하고 있는 환자의 이름이

병실 침상에 붙여질 정도로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수술하기 전 환자는

근이완제 수액을 받고 곧바로 금식에 들어가며

수술 후에는 무통주사액을 함께 달고나와 48시간 동안

통증을 완화시켜나간다.

무통주사를 맞고 있거나 빼고 난 후에도 통증이 심하다면

진통제를 추가로 맞기도 한다.

대부분 수술 후 마취에서 깨어난 상태에서

4시간 이상 지나기 전엔

머리를 들거나 잠을 자면 안 되고

4시간 이상 지나야 물을 마실 수 있으며

8시간 이상 지나야 머리를 들 수 있으며

그리고 죽을 먹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규정은 호흡과 관련이 있으며

처방약이 없을 정도로 심한 두통과 더불어

폐렴이나 뇌세포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가끔씩 이러한 규정을 어기고

무릎수술을 한 환자가 8시간도 되기 전에

휠체어를 타고 10층 흡연실로 달려가기도 한다.

또 다른 환자인 허리디스크 환자도

흡연이라는 그물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정신을 안정시키는 담배를 피우고 와서야 안심을 한다.

그리고 목 디스크를 수술한 환자는 4시간을 지킨 후

곧바로 물을 마시고 이 역시 10층 흡연실로 달려간다.

수술하는 동안 먹지 못했던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입에 달고 다닐 정도로 족발을 시켜 먹기도 한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게 되는 심리가 작동되어져

그런지는 몰라도 담배 끊기가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특히 목 디스크를 한 환자는

아픈 와중에도 캐나다 토론토에 거주하고 있는 부인대신

고등학생 아들을 챙겨가며

아버지라는 책무를 다하면서 부정父情을 키워나가기도 한다.

그리고 특실이나 1인실에서 누려볼 수 없는

다인실인 6인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자 따뜻한 정으로 이어지고 있는

환자가 환자를 돌보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간병인이나 보호자 또한

이러한 일련의 정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는 것은

환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맹자가 주장한 성선설처럼 측은지심이 발동하거나

순자가 주장한 성악설처럼 유혹을 견뎌내지 못한 채

공존하는 선악의 그물에 걸려들어

숲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어깨를 수술한 사람과 허리디스크를 수술한 사람 둘이서

3일 늦게 수술한 허리디스크 환자를 위해

침상에서 일어날 수 있도록 몸을 일으켜 세우거나

식사 후 밥상을 대신해서 내놓거나

화장실에 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가끔씩 허리디스크 환자들이 등을 내보이며

서서 식사하는 모습 때문에

웃지못할 진풍경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렇게 정을 나누고 정을 베풀다보니

베푸는 사람은 베품을 받은 사람에게

그 대가로 커피나 음료수를 나눠먹으며

이것저것 물질적인 도움을 받거나

서로를 위해 베품을 베풀고 있다.

그로인해 비록 작은 것들로 뭉쳐진 일들이지만

눈짓하나로 마음이 통하는 4인방이 생겨나기도 한다.

밥은 안 먹어도 담배는 끊을 수 없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수술 후 어렵게 일으켜 세워준

환우들의 도움을 받자마자 담배를 피우기 위해

힘든 몸을 이끌고

서서 밀고 다니는 네발 달린 바퀴인 보행차에 기대어

10층에 마련된 흡연실이나

1층 주차장에 마련된 흡연실에서

담배피우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55년 만에 찾아온 한파의 위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담배 없인 못사는 사람들처럼

밥보다 더 귀한 담배피우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의학에서 질병의 원인으로 꼽고 있는 것이

술과 담배 그리고 커피이다.

물론 위의 경고성 위험류에 포함되지 않아도

환경파괴와 잘못된 식습관 및 운동부족으로 인해

질병은 발생되어지고 있지만

특히 위에서 언급한

3가지 위험항목에 속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질병을 유발시킬 수 있는 확률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무래도 수술 후 곧바로 피우고 있는 담배의 해독이

자신의 건강을 강하게 위협하고 있는지

하루는 담배를 끊겠다고

라이터와 겉봉도 뜯지 않은 새 담뱃갑을

간호사한테 넘겨주며 이제는 담배를 피우지 않을 테니

알아서 처분하라며 자신 있는 어조로 강하게 말했지만

그 다음날 멤버들의 일과인

담배피우기와 커피를 마시기 위해

하루에도 수십 차례 10층과 1층을 오르내리고 있다.

아무리 중독성이 강한 담배와 커피라고는 하지만

간호사의 호된 질타에도 불구하고

담배를 피우기 위해 발걸음이 먼저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경락의 한 줄기인 폐경에 해당하는

어깨를 수술한 환자에게 제일 안 좋은 것이 담배인데

4인방 체제를 지켜내며

끝까지 말을 듣지 않는 환자들로 병실을 메우고 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병실에서 정을 나누기위한 것은

서로를 배려하며

인간적인 정으로 다가서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손보다 마음이 먼저 움직이고

발보다 정이 먼저 움직이는

끈끈하게 맺어진 정이야말로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 브랜드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2012년 2월 10일 금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