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금실 좋은 노부부

청아당 2012. 1. 4. 23:55

금실 좋은 노부부

 

요양원에서 아침저녁으로 안부를 묻던

노부부

2011년 12월 6일에 먼저 떠난 부인

2012년 1월 3일 먼저 떠난 부인의 뒤를 이은 남편

한시한날에 이승과의 인연을 끊고자한 약속을 지키지는 못했어도

한 달도 되지 않은 채

하늘에서 서로 만나 해후할 수 있다는 사실하나만으로도

행복한 부부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 주거나

따뜻한 말 한마디로 안아줄 수 있다면

그것처럼 아름답고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다.

90을 바라보는 노구의 몸이지만

병마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죽음을 앞둔 노인에게

삶을 이야기할 수도 없고

죽음을 이야기할 수도 없다.

더더구나 인생을 논할 수도 없고

바람과 구름과 하늘에 대해 이야기를 논할 수도 없다.

세월 앞에서 자신의 나이를 말하지 못하는 것처럼

억겁의 세월을 잘게 썰어낸다고 해서

세월의 무상함을 말할 수도 없다.

어쩌면 가슴으로 안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을 느끼거나

기쁨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인생의 진면목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2012년 1월 3일 화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