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세월을 등에 업고 서있는 바람

청아당 2012. 1. 1. 18:14

세월을 등에 업고 서있는 바람

 

2011년 12월 29일 목요일 오전 11시 - 1차 시술 및 입원

몸속 깊은 곳에 혈관이 있지만

정상적으로 달려야할 바람이 멈추거나

꽈리처럼 틀어져있다면

달리고 싶어도 달릴 수가 없다.

혈관을 막고 서있거나

죽음을 불러들일 만큼 급박한 상황에 처해있다면

돌이킬 수 없는 경계를 넘어서게 된다.

흉통과 구토현상이 일어나면서

호흡곤란 및 손발이 마비되거나

얼음처럼 차가워진다면

급성 심근경색이다.

쓰러지기 전 6~12시간 이내에 수술을 받지 않는다면

이승과의 인연을 끊을 수밖에 없다.

물론 환자의 상태에 따라 탄력적인 시간이 주어지기는 하지만

살고자하는 의지가 강하다면

풍선 확장술을 병행하면서

응급 심혈관 성형술이나 스텐트 삽입술을 시행함과 동시에

혈전(피떡)을 융해시키는

강도가 센 혈전용해제 약물(부작용으론 뇌출혈이 일어날 수도 있음)을 투입하며

치료 결과가 향상되는 수술을 받는다면

죽음의 문턱에서 다시금 돌아오는 바람으로 서있을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에 의하면

“급성 심근경색증은 협심증과 달리 심장근육을 먹여 살리는

관상동맥이 갑작스럽게 완전히 막혀서 심장근육이 죽어 가는 질환입니다.

막힌 관상동맥을 뚫어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풍선이나 스텐트라는 금속 그물망을 이용하여

혈관을 확장하는“관상동맥확장성형술”법입니다.

발생 직후 병원에 도착하기 이전에 환자의 1/3은 사망하게 되며,

병원에 도착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더라도

사망률이 5~10%에 이르는 무서운 질환입니다.

심근경색증이 발생하게 되면 우선 격심한 가슴통증이 발생합니다.

이 때 발생하는 통증은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것으로

“가슴이 찢어지듯”, “벌어지는 듯”, “숨이 멎을 것 같은” 통증으로 나타납니다.

이러한 고통은 30분 이상 지속되므로 환자들은 대개 이때 죽음의 공포를 경험하게 됩니다.

치료 방법은 각 병원이 처한 환경에 따라 조금씩 달라

혈전을 녹이는 약물 (혈전용해제) 치료를 우선하기도 하고

바로 관상동맥을 확장하는 시술로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어느 치료 방법이든지 치료의 핵심은 가장 빠른 시간에

막혀 있는 관상동맥을 다시 열어 주는 것입니다.

관상동맥은 완전히 막힌 후 6시간 내, 적어도 12시간 내에

다시 뚫어 줄 수 있어야 기대하는 효과를 나타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술이 끝나면 중환자실에서 산소공급을 받으며

여러 가지 위험한 상황으로부터 보호를 받으며 1주일 이내

일반병상으로 옮기게 된다.

80이 넘은 환자일 경우

중환자실에 있다 보면 심근경색하나만 살펴야할 것은 아니다.

환자에 따라 폐에 물이 차 폐렴으로 발전하거나

천식이 발생할 수도 있고

과거에 치료받아 완쾌된 폐결핵의 흔적을 발견할 수도 있고

가족력과 연결된 상황을 짐작하기도 한다.

장기 중에서 중요한 심장과 폐 그리고 신장의 이상기능을 발견하여

적절한 치료를 병행해가면서 주의 깊게 살펴야하고

합병증으로 인한 고통을 받지 않도록 세심한 신경을 써야만 한다.

심근경색이 위험한 것은

혈관이 한두 군데를 막고 서있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여러 곳을 막고 서있을 경우엔

손을 댈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럴 때는 가장 급한 곳부터 수술을 해

일차적으로 생명부터 살려놓고

회복되는 경과에 따라

시간차를 두고 재수술에 들어가면 된다.

살아야할 사람은 하늘이 돕기도 하지만

죽어야할 사람은 많은 사람이 돕고 싶어도 도울 수가 없다.

죽음은 운명이자 숙명으로 정해져있어

가고자하는 곳에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고

오고자하는 곳에 오고 싶어도 올 수가 없다.

하늘이 정해 논 자리에서

한평생 잘 살다 가는 것이

위안이라면 큰 위안이다.

한편으론 신명나게 춤을 추거나

발걸음이 닿는 곳에서 아름다움을 노래하며

즐거웠었다고

말 한마디 남겨놓고 떠나는 경우도 있지만

어차피 바람처럼 달리며 살아가야할 운명이기에

이곳저곳에서 기쁨이 쏟아지고

슬픔이 쏟아지더라도

불같이 타오르는 사막에서 뛰놀다온 것처럼

숨을 고르며 하루를 보내면 그것으로 족하다.

얼마나 많은 세월을 등에 업고 달려왔던가?

그것도 모자라 질병과 함께한다면

참으로 불행한 일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행복도

불행도 그리 오래가지 못하는 것은

하늘이 정해 논 자리에서 움직이다보면

뜻하지 않은 사건이 일어나거나

죽음으로 향하는 길로 들어서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람이 달리고 있는 동안만큼은

행복을 맛볼 수 있고

기쁨을 맛볼 수 있기에

마음 놓고 호흡을 고르며 달릴 수가 있다.

그리고 불행한 가운데서도 행복을 맛볼 수 있는

삶의 안식처가 마련되어져있어 마음 놓고 삶의 궤도를 달리기도 한다.

 

2011년 12월 29일 목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