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음(訃音)을 전해 듣고 - 서해의 명당 정토원
병실에서 손잡았던 날이 어제인 것 같은데
벌써 1개월 3일이 지났다.
세월은 뒤돌아본 순간 흘러가고
함께 달릴 추억을 만들어 가슴에 안고 뛸 수 있도록 해준다.
분명 체온이 느껴졌던 따뜻한 심장이었는데
싸늘하게 식은 몸은
다시는 일어서지 못한다.
평소에 정기적으로 진단을 받았는데도
간암에 대한 소견은 없었다.
1개월 동안 설사만 하시다가
간암으로 병원에 입원한 후 합병증인 폐렴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이미 말기에 이르렀고 노약자라 항암치료도 제대로 받아보지 못한 채
죽을 날만 기다리다 결국 이승과의 이별을 고하고 말았다.
아무리 애타게 불러도 대답이 없고
만져도 반응이 없다.
향년(享年) 85세!
역사의 산증인이시자 삶의 풍요를 누렸던 한사람이
2011년 9월 30일 금요일 새벽 5시 45분에 운명하셨다고
하늘을 향해 소리를 지른다.
수많은 화환이 입구를 수놓고 있어
문상객들의 발걸음 또한 국화꽃만큼 다녀갔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셔서 편히 지내시기를 간곡하게 염원하며
하늘과 땅 사이에 빈틈으로 나있는
저승길을 따라 홀가분하게 걸을 수 있도록
명상처럼 조용하고 아름다운 길을 내어놓는다.
오가는 길목엔 늘 있어야할 것들이 준비되어져 있고
목사님의 정성어린 조문이 하늘로 연결되어져
편안한 발걸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3일장
2011년 10월 2일 새벽 7시에 발인식이 있고
인천가족공원 시립화장장에서 화장을 행한 후
경기도 벽제에서 봉안식을 갖는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공사 중인 관계로 한쪽 귀퉁이에
임시로 안치해놓았다고 한다.
그날 밤 시아버님께서 여동생과 매제의 꿈에 나타나 불편함을 호소하자
당장 관음성지인 송도 흥륜사 정토원(淨土院)으로 옮겨 안치해놓았다고 한다.
직접 챙겨야하는데 남한테 맡겨놓은 불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한다.
동해엔 장엄한 일출이 있다면
서해엔 근엄한 낙조가 있다.
동서를 가르며 움직이는 태양
그 끝엔 동해의 일출에서 시작하여
서해의 아름다운 낙조로 하루를 마무리 짓는다.
태양을 가슴으로 안아본 적이 있는가?
태양을 온몸으로 안아본 적이 있는가?
태양과 한 몸이 되어 우주의 끝을 향해 달려본 적이 있는가?
시작과 끝은 우리들 마음속에서 정해놓은 것일 뿐
선을 그었다고 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면
그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이다.
종교는 분별을 원하지 않는다.
하늘의 뜻과 하나만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사랑과 자비를 포용할 수 있는 종교가 있다면
그것처럼 아름다운 것은 없을 것이다.
정토원 봉안당은 서해의 명당으로써 2008년 6월 20일 오후 2시
정토원 앞마당에서 내빈과 고승대덕을 비롯한
다른 사찰의 신도님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원식을 가졌다.
송도신도시와 인천대교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 위치하며
지리적 장점과 조망권을 최대한 갖추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청량산 흥륜사 주지이자 정법륜 큰스님께서는
지금의 흥륜사가 있기까지 많은 업적을 남기셨다.
그리고 항상 맑은 미소를 잃지 않는
가슴이 따뜻하고 미소가 맑은 법륜 큰스님으로 통하기도 한다.
오는 길도 힘든 일이지만
가는 길도 힘든 일이다.
그 누가 오고 싶어 왔을까
그 누가 가고 싶어 갔을까
오가는 길이 아름다워 발을 들여놓았을 뿐
그 다음은 허공으로 나있는 길을 걸었을 뿐이다.
살아생전 행복했다면
죽어서도 행복할 것이고
살아생전 불행했다면
죽어서도 불행할 것이다.
산다는 것은 우주를 짊어지고 사는 것과 같다.
바람처럼 가벼운 짐들일지라도
하나 둘 등을 압박해올 때마다 느끼는 것은
무겁다는 사실이다.
그렇지 않아도 무거운 세상 홀가분하게 살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것처럼 반갑고 고마운 일이 없을 것이다.
모두가 함께 호흡하며 견뎌낸 세상의 울타리 속에서
우리가 기억해야할 것은 딱 한 가지
행복과 즐거움을 느껴야한다는 사실이다.
오가는 길이 평탄치 못한 사람들일지라도
마음 놓고 달릴 수 있다면
그것처럼 가볍고 기쁜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손에 든 모든 것을 내려놓을 때
우리들은 또 다른 세상을 향해 달려가야만 한다.
그곳이 좋은 곳이든
그곳이 나쁜 곳이든
한번 들여 논 발걸음은
하늘이 정해놓은 길을 따라 걸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2011년 10월 4일 화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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