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하늘을 막고 서있는 길

청아당 2011. 9. 18. 13:16

하늘을 막고 서있는 길

 

과거에는 없었던 길들이 생겨나고 있다.

산천초목을 뒤흔들며

땅을 흔들고 있다.

바다도 이미 깊은 침묵에 잠든 후고

하늘 길마저 막혀버린 밤이다.

어디선가 손을 흔드는 바람하나가 달려온다.

동서남북 사방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한반도의 허리를 자른 다음

산과 바다를 이어가며

길 위에 또 다른 길이 생겨나고

길이 끊어지면 다리를 만들어서라도

산을 허물 수 없으면 터널을 만들어서라도

바다를 메울 수 없으면 해저를 뚫어서라도

하늘을 달릴 수 없으면 항로를 만들어서라도

바람과 함께 달리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있다.

길이 생겨난다는 것은

사람들의 향기가 모여들 것이란 이야기와 같다.

길이 있어야 사람들의 발길이 길을 밟을 것이고

길이 있어야 다리를 놓을 또 다른 길이 필요하고

길이 있어야 마음 놓고 바람을 불러들여

잔치라도 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길은 곧 문화요, 역사이기에

사람들의 손길이 필요하고 그 위를 쉬지 않고 달릴 바람이 필요하다.

얼마나 달려야 길이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달릴 수 있는 길만 있다면

그것이 천리이건 만 리 이건

바람과 함께 달릴 것이다.

길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생겨나고 있다.

길이 없다는 것은

호흡을 할 수 없다는 것과 같다.

자연이 자신을 희생해가면서까지 내어준 길이기에

소중하게 여기며

아름답게 달려가야 할 길이다.

그 내면으로 들어가면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지만

길이 없으면 자연도 없고

하늘도 없기에

보는 것만으로는 감동을 느낄 수가 없다.

만지고 밟고 서있는 길이어야 길다운 길을 밟을 수가 있기에

길을 보면 엎드려 절이라도 해야 할 일이다.

길 위에서 길을 묻고 있는 사람들이야말로

어리석은 사람들이자 현명한 사람들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세월들이

길 위를 달려왔을까를 생각해보면

길 위에 뜬 달마저

물위에 뜬 달마저

하늘을 막고 서있겠는가.

우리들 가슴에서 길이 사라지지 않는 한

길은 우리들 심장에서 영원히 뛸 것이다.

 

2011년 9월 18일 일요일

 

하늘을 막고 서있는 길을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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