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바람에 걸린 달

청아당 2011. 9. 9. 18:58

바람에 걸린 달

 

소나무와 달

소나무와 구름

바람에 걸린 달

운취와 풍취를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을 위하여

하늘은 달과 구름을 내려 보내고

땅은 소나무와 바람을 일으킨다.

한없이 달려야할 바람이지만

잠시 경포대 노송(老松)사이로 보이는 달을 감상하기도하고

거문고 줄 위에서 줄을 탈줄 아는 바람으로 서있기도 한다.

경포호수 가운데에 서있는 월파정(月波亭)을 감상하다보면

손으로 건져 올린 달과 함께 배를 타고

부서지는 물빛이 달빛이 될 때까지

강릉 경포대와 인천 송도유원지를 오가며

숲 속에 떠있는 달과 구름을 찾아 떠나기도 한다.

이 얼마나 행복한 발걸음인가.

이 얼마나 아름다운 발걸음인가.

하늘과 자연의 조화는 굳이 인간의 손을 빌리지 않더라도

스스로 멋을 부릴 줄 알고 풍류를 즐길 줄 안다.

손이 닿지 않아도 달은 물속에 가라앉을 줄 알고

발이 닿지 않아도 달은 혹독한 강추위에도 의연하게 서있을 줄 안다.

거기에다 소나무와 함께하는 달은

천지를 다준다 해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하고

귀중한 자연과의 만남이기에

풍류의 멋과 혼을 담아 노송과 달의 인연을 꼭 감싸기도 한다.

이 얼마나 멋진 만남인가.

이 얼마나 소중한 인연인가.

우리들에게 보여 지고 있는

그 어떠한 감동어린 사실들이 나타난다하여도

노송과 달의 만남처럼 아름다운 일은 없을 것이다.

거기에다 경포호에 서있는 월파정이 있다는 사실하나만으로도

우리 선조들의 안목과 자연의 안목이 얼마나 높은지

가히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보는 것은 느끼는 것이지만

만지는 것은 보는 것이다.

영혼으로도 볼 수 있고

바람에 떠밀려 볼 수도 있는 일이지만

청량산에 걸터앉아

달과 소나무의 약속된 만남의 장소로 찾아가 눈으로 확인하는 멋이야말로

우리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우리들의 영혼을 자극하고 있다.

더구나 자연의 바람은

손을 흔들며 떠나보내는 어머니 같은 손이자

자연의 밭에다 그물을 쳐놓은 아버지 같은 든든한 손으로 보이기도 한다.

더 이상 말할 수 없는 멋이

청량산 아래에 위치한 송도유원지에 떠있고

더 이상 말할 수 없는 풍류가

경포대 노송에 기대어 경포호 월파정에 떠있다.

참으로 한 폭의 그림이라하여도

이처럼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내는

여백의 미를 담고 있는 화선지는 없을 것이다.

움직일 수 없는 것이 허공이라고는 하지만

더 이상 달리고 싶어도 달릴 수 없는 바람이자 구름이고

하늘과 땅에 떠있는 침묵과 고요의 만남이 아니고서는 감당해낼 수 없는

하늘이 내린 선물이요

자연이 만들어놓은 화폭의 경계이자 끝을 찾아 갈 수 없는 우주의 여백이다.

 

2011년 9월 8일 목요일

 

청량산 아래에 위치한 시립박물관에서 바람에 걸린 달을 바라보며…….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