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길이 아닌 길

청아당 2011. 9. 8. 12:15

길이 아닌 길

 

가야할 길이 멀다면

멈추면 되고

가야할 길이 짧다면

달리면 된다.

혼신의 힘을 쏟을만한 일거리가 있다는 것은

하나의 행복이자 기쁨이다.

우리가 언제 힘껏 달려 본적이 없었던가.

눈만 뜨면 달렸고

눈을 감으면서까지 달려왔던 날들을 생각해보면

우리들의 출발은 늘 긴장되며 신선하고 경이로운 생각에

몸을 떨어야했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 생각해도 끔찍한 일이다.

달린다는 것은 움직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움직인다는 것은

살아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날들을 반갑게 맞아들이는 일이기도하다.

그래서 새로운 출발은

긴장의 선에 서서

어디로 뛰어가야 할지 알 수 없는

주어진 회전반경안에서 빙빙 돌며

미로를 빠져나가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기도 한다.

길은 많아도

우리가 알지 못한 길이거나

알아도 달려 보지 않은 길은

길이 아니다.

분명 현존하는 길이자 선명하게 자리하고 있는 길이

자고나면 동서남북 사방으로 흩어져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지만

한번이라도 밟지 않았거나

한번이라도 달리지 않았다면

그것은 길이 아닌 길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출발은 늘 처음에서 출발하고 있지만

끝은 그 처음으로 되돌아가기 위한 안전장치이자

우주의 원으로 뛰어 들어가는 일이기에

손에 잡히지 않거나

손에 잡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길이요

길이 아닌 길인 것이다.

 

2011년 9월 8일 목요일

 

길이 아닌 길을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