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나무 길을 밟으며 도착한 병풍바위약수터
바람이 분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뜻이다.
계곡을 건너고
다리를 건너고
바람마저 멀리하며 달려온 통나무 길을 밟는다.
가슴이 트이고
막혔던 혈마저 뚫리면
생기가 도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더구나 가을빛을 밟으며 달려가고 있는 바람을
가슴으로 맞이한다는 것은
산을 흔들 줄 아는 바람이 있기에 가능하고
약수를 흘려보낼 줄 아는 산이 있기에 가능하고
몸과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자연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 모든 소식을 끊고 살아도
자연은 대답이 없다.
단지 호흡하나로 버틸 수만 있다면
살아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나아가 바람과 벗을 하며
나뭇가지위에
위험한 자세로 서있는 다람쥐랑 이야기를 나누며
통나무 길 위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누릴 수가 있다.
아무리 달려도 보이지 않는 길이 있고
아무리 달려도 보이지 않는 영혼이 있듯이
눈 한번 감았다 떠보면
떠나보낸 세월이 뒤안길에서 숫자를 세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절반을 달려온 인생이나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이나
생을 이야기하거나 호흡을 하는 일은 다르지만
한 몸으로 말할 수 있는 느낌은 같다할 수 있다.
참으로 가슴 아픈 사연일지라도
우리들에게 걷게 할 수 있는 자연이 있는 한
우리들은 즐거움을 노래할 수가 있고
우리들은 행복을 노래할 자유가 있다.
이것은 하늘이 우리들에게 내려준
하나의 축복이자 즐거움이고 기쁨으로 받아들일 일이다.
오늘이 아니면
내일이 없고
내일이 아니면
과거가 없듯이
우리들 눈앞에 펼쳐져있는 모든 것들은
바람에 밀려 달려왔을 뿐
사색의 길을 걷거나
명상의 세계에 진입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길은 달리기위해 존재하듯이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산 먼지가 풀풀 날리는 산길이든
통나무로 만들어진 산길이든
산이 허락한대로 길을 걸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2011년 9월 17일 토요일
통나무 길을 밟으며 도착한 병풍바위약수터에서…….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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