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심장을 흔드는 바람

청아당 2011. 8. 2. 12:00

심장을 흔드는 바람

 

가도 가도 끝없는 길

돌부리에 넘어지거나

산 아래 비탈길에 굴러 넘어지거나

넘어지는 것은 같지만

그나마 중심을 잡을 수 있는 돌부리는 마음을 안심시킨다.

분명 벼락과 돌풍을 부른 일이 없는데도

가끔씩 하늘을 놀라게 하고 땅을 놀라게 한다.

아무리 변수가 많은 일상이라고는 하지만

틈만 나면 겹겹이 쌓여

다 이루어놓은 일을 망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것이 인생이고 삶이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고

운명을 탓하거나 숙명을 탓하며

하늘을 원망하는 사람들도 생겨날 수 있다.

가는 길이 탄탄하고

경쾌하게 걸을 수 있는 발걸음이라면

심장을 뒤흔드는 바람이 불어온들

가야할 길을 가고 있는 발걸음을 멈추게 할 수는 없다.

바람은 달려야할 운명을 갖고 태어났고

발걸음은 걸어야할 운명을 갖고 태어났기에

몸도 마음도 모두 다 발걸음에 정신을 집중하며

앞만 보며 달리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보이지 않는 공간을

채워나가야 하는 임무를 타고 태어났기에

남에게 보여주기를 좋아하는 전시행정이 전국을 뒤덮어도

시야는 이를 즐기면서도

그 뒤에 숨겨져 있는 중앙정부와 지방행정의 빚더미에 눌려있는

채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편리하고

아름답고

오감을 만족시키는 작품일수록

가슴에서 감동이 절로 일어나기도하지만

한편으론 이렇게까지

국가채무를 낭비하거나 엉뚱한 곳으로 흐르도록 방치해도 되는지

참으로 궁금할 때가 많다.

의문은 꼬리를 따라 움직이거나

소문을 따라 움직이고 있지만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가슴에 흐르는 피를 막고 있다면

이것처럼 가슴 아픈 일은 없을 것이다.

수없이 달려온 날이었고

우주의 공간을 피해 날아온 새로운 미래상이지만

현실에서는 죽음보다 더한 삶의 여정을 그리며

하루하루 서있는 자리가 버겁다며

가슴에 꽂힌 비수를 뽑아들고

허공으로 나있는 길을 찔러본다.

그러나 아무리 찔러도 그 공간이 사라지거나

흔적은 남지 않는다.

우리들의 삶도 흔적이 남지 않는 길로 나아가거나

공간을 이동하거나

여의치 않다면 하늘 길로 날아올라가

심장을 뒤흔드는 바람 좀 멈추어달라고

애원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가도 가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은

처음부터 잘못된 길로 들어섰거나

갈림길에서 잘못된 길로 들어섰을 확률이 크기 때문에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바람이 잘 다니는 길목에 서있는 일이다.

그것도 통풍이 잘되는 길목에 눌러앉아

실종된 여름을 즐기는 멋 또한 아름다운 일이기에

이것처럼 위안을 삼을만한 길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가는 길이 아름답다면

오는 길도 아름다워야 한다.

모든 것을 던져놓고

걸을 수 있을 때까지 걸을 수 있는 사람들은

우주적인 행복에 젖어있거나

자연적인 행복에 젖어있거나

가장 아름다운 행복에 젖어있는 사람들이다.

우리들의 삶이 아름답고 행복한 까닭은

즐거움이나 행복보다는

삶의 밑바닥으로 떨어뜨린 후

살아서 올라온 사람에게만

뜻하지 않은 기쁨을 선사하기위한

하늘의 깊은 뜻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

만약에 이러한 즐거움마저 없었다면

인생이고 삶이고

우주이고 자연이고

모두 다 쓰레기통에 버려야만 한다.

 

2011년 8월 2일 화요일

 

심장을 흔드는 바람을 바라보며…….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