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보다 더 무서운 물 폭탄 - 104년 만의 폭우
용암에서 흘러나온 불보다
구멍 뚫린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 폭탄이 더 무섭다.
1개월 동안 내린 비로 지반이 약해져
산사태와 전답 및 과수원, 축사, 비닐하우스, 차량침수 등
홍수로 인해 저수지의 제방이 무너지고 도로가 유실되어지거나
축대와 터널이 붕괴되어지고
수마가 할퀴고 찢기어져 간 나무들과 고립된 마을
폭풍처럼 계곡물이 불어나 미처 피할 틈도 없이
야영객들이 실종되거나 사망하는 경우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입산통제구역인 설악산과 치악산, 오대산
여름의 절정기를 알리는 매미조차
집중호우에 숨을 멈추고 눈치만 살피고 있다.
불은
수직으로 타오르는 것을 선호하는 방면
물은
직선보다는 예술성이 강한 곡선의 미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자연을 위한 치수사업보다는 인위적인 치수로 인해
그 피해는 땅을 치고 통곡하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지난 사흘 동안 1년 강수량의 절반이 쏟아져 내려
도심의 배수지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파도를 가르며 달리는 듯 한 차량이 있는가하면
급류에 휩쓸려 외제차와 국내차가 서로를 껴안으며
시동이 꺼진 채 부둥켜 울고 있다.
지하도가 물에 잠기고
반 지하주택은 가제도구가 떠다니는 중에도 물을 퍼내느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해마다 일어나는 일이지만
1907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104년 만에 발생한 강력한 폭우의 위력은
하늘을 흔들고 지축을 흔들어 놓았다.
올해는 유난히 긴 장맛비에 모두들 하늘을 올려다보며
기우제대신 폭염이라도 좋으니
하늘에 덮인 구름을 다 걷어가라고
큰소리를 내며 하늘을 원망하고 있다.
26~27일 누적 강수량이 서울에만 4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잠실교의 통행은 통제되고
우리들에게 삶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진정으로 보여주며
하나의 영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중부지방은 700mm의 물난리로 헤엄쳐 다니고
우면산에 떨어진 물 폭탄은
서울 방배동 남태령 전원마을과 서초구 우면동 형촌마을을 폐허로 만든 후
사망자를 발생케 하고 아울러 그 일대를 초토화시켜놓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우산을 펼쳐들 때의 모습으로
예술의 전당까지 위협을 가하고 있다.
하기야 서울의 심장인 광화문 사거리에도 물바다를 이루고
흘러넘쳐나는 물은 청계천까지 압박하며
수위를 올려놓고 있는 것을 보면
천재지변의 위력은 과학의 힘으로도 막을 수 없고
종교적인 힘으로도 막을 수 없고
명상을 통한 철학의 힘으로도 막을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부촌을 대변하는 강남과 대치동, 테헤란로 등이 물에 잠기고
이번 폭우로 집계되지 않은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집중호우는
서울과 인천(강화),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 등
산천초목을 떨게 한 후 인간이 자연을 훼손한 만큼
그대로 보상해주겠다는 하늘의 강한의지가 드러나고 있다.
특히 산사태를 인지하지 못한 채 펜션에 머문
춘천 상천초교 어린이 캠프 봉사활동에 나선 20대의 젊은 대학생
인하대생들의 봉사정신을 무참하게 짓밟은 하늘이 야속하기만하다.
첫 수업이자 마지막 수업이 되어버린 10명의 인하대생들의 봉사정신은
산사태와 함께 영원히 멈춰버렸다.
차면 넘치고
모자라면 보충해주면 되지만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길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고
도로가 끊어지고
산사태가 폭포수처럼 주택과 도로를 덮치고 나서야 멈추는
자연의 바람이 돌풍처럼 휘몰아치고 있다.
달리는 와중에도
뒤돌아보며 달리고 있지만
가장 위대한 것은
오늘도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으로 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라 없는 설움은 뼈와 살을 짓이겨
고통의 끝으로 내보내는 마지막 관문이자
또 다른 삶의 시작으로 통하고 있지만
오늘따라 금수강산의 아름다움을 해체하려는 하늘이
우리들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다.
2011년 7월 28일 목요일
불보다 더 무서운 물 폭탄을 맞으며…….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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