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사색의 길이 사색이 되다

청아당 2011. 7. 31. 11:49

사색의 길이 사색이 되다

 

반갑다고 소리치는 산 까치

발걸음은 사색의 길을 걷는데

작년에 발생한 태풍 ‘곤파스’로 쓰러진 나무들이

사색의 길 아래에서 거꾸로 누워 사색을 즐기고 있다.

사색은 사색이 될 정도로 사색을 해야

사색의 깊이를 알 수 있다며

사색의 바람을 우주에서 끌어오기도 하고

그것도 모자라면 자연의 바람을 불러들이기도 한다.

날이 갈수록 청량산 흙더미가 장맛비에 유실되거나

듬성듬성 빠져나가는 탈모현상이 일어나고 있지만

산은 아직도 건재하다며

자신을 밟고 서있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고 있다며

걱정하지 말고 머리를 식히고 싶거나

건강을 챙기고 싶은 사람들은

언제든 찾아오라고 당부에 또 당부하고 있다.

해마다 연수구청에서는

등산객들의 편의를 위해 계단과 나무기둥을 세워

가족단위로 산책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지만

산은 유례없는 많은 등산객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하루하루 견디는 것이 버거운지

이번 폭우로 인해 10여 년 전에 메말라 버린

‘동심의 숲’으로 바뀐

‘옹달샘 약수터’에 약수가 흘러나오게 하고

‘동심의 숲’으로 오르는 계단조차

산에서 흘러나온 맑은 물로 더위를 식히게 하고 있다.

어제까지만 해도 집중호우로 인해 우산을 받쳐 들고 있었지만

오늘은 청량산에 모여 있는 약수터에

계곡물과 함께 약수가 넘쳐나는

반가운 모습들이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고

기억장치인 뇌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비오고 난 후라 약간 습한 기운이 더위를 불러들이고 있지만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경쾌하고 밝은 모습이다.

산책하듯 즐길 수 있는 청량산 오솔길을 따라 걷다보면

청량한 느낌이 가슴으로 밀려들고

송도신도시와 인천대교 그리고 서해가 한눈에 보이는 시원함까지

선사하며

언제든 찾아와 쉬었다가라고

여기저기서 약수터와 그늘을 만들고 있는 정자가 손을 흔들고 있다.

자연의 바람은 그래서 좋은 것 같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식힐 수 있어 좋고

머리를 텅 비게 하는 힘이 있어 좋고

놓지 않아도 놓아지고

잡아도 잡히지 않고

무엇하나 버릴 것도 없고 잡을 것이 없어 좋고

욕망에 휘말리거나

집착에 매여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없어 좋다.

가끔씩 선문답하는

부자간의 대화가 산을 오르는 가운데 나타나기도 하고

형제지간에 나타나기도 하고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말씀 중에도 나타나기도 하고

모녀지간의 아름다운 대화 속에서도 나타나기도 하고

말없이 발 빠른 아주머니의 발걸음 속에서도 선문답이 나타나고 있다.

산을 오를 때 말수가 적어지는 기품은 생각을 깊게 하고

정상을 향한 발걸음은 땀을 흘린 만큼 행복으로 이어지고 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렇게 서로의 가슴에 나누어가질 수 있거나

묵언을 넘어 고요와 침묵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자연의 가슴은 우주로 통하기도 하고

우주의 가슴은 자연으로 향하고 있어 더욱 좋다.

이 얼마나 고맙고 아름다운 일인가.

발걸음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속에서도 느낄 수 있는 청량한 산속에서

굳이 사색의 길을 찾는 것은

사색이 될 정도로 사색을 하고 싶어 오르는 것보다는

놓지 않아도 놓아지는 힘이 있어 찾게 되고

잡지 않아도 잡히지 않는 힘이 있어 찾게 된다.

 

2011년 7월 30일 토요일

 

청량산 사색의 길에서 사색이 다되도록 사색을 즐기며…….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