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여름 - 매미의 한
여름 볕이 나기를 기다려온 시간 3년 ~ 17년
짝짓기 할 시간도 없이
장맛비에
집중호우에
태풍에
시간가는 줄 모르는 자연의 숨바꼭질 놀이에
지쳐 쓰러져가고 있는 매미
얼마를 더 기다려야 마음 놓고 울 수 있는지
알아봐달라며 애원을 한다.
남부지방에서는 폭염주의보와 경고까지 내리고 있는데
중부지방에서는 집중호우로 인해 산사태와 도로유실 등
귀중한 생명까지 앗아가고 있다.
2개월만 버티면 완공될 4대강은 이미 쑥대밭이 되어
새롭게 단장하거나 마무리 공사를 해야 하는 입장에 처해있다.
참으로 많은 생명의 물줄기를 만들어보겠다고
혹시라도 물이 부족하거나 홍수예방까지 생각하며
천문학적인 비용 20조 원 ~ 30조 원을 지불하면서까지
국책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하늘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4대강 공사가 끝나기도 전에 많은 비와 산사태까지 일어나게 하고 있다.
또 지류지천사업까지 들어갈 비용은 2015년까지 추가로 20조 원을
더 지불해야하는 안타까운 일에 직면해있기도 하다.
문제는 국민의 혈세인 세금을 통해 메워나가야 한다는 데에 있다.
‘솔직히 홍수는 지류에서 90% 이상이 발생하므로
홍수를 막으려면 본류보다 지류 살리기로 전환하여야 한다.’
그러고 보면 4대강 공사로 인해
홍수예방과 식수원 그리고 농경지에 필요한 수량(水量)을 확보하여
물이 부족한 미래를 위해 밤낮으로 공사를 진행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환경단체의 반대나 조언에도 불구하고
그 와중에 과로와 안전사고로
20여명(낙동강 구간 16명, 한강 3명, 금강 1명)의 사람이 희생되었고
완공 후에는 243점의 귀중한 문화재가 사라지거나
1400곳의 문화재 분포지역이 침수되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문화공간과 그에 힘입어 물을 오염시킬 수많은 기업들이
줄지어 생겨날 위험성까지 내포하고 있다.
예로부터 성스러운 부분은 그대로 보존하거나 훼손하지 말아야하는데
아마도 하늘이 노한 사실은
바로 암묵적인 침묵으로 일관한 사람들 때문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가슴을 치며 통곡을 해보고
땅을 치며 하늘을 원망해보기도 한다.
천년을 넘어
수백억년을 달려왔을 우주의 시간에 비하면
3년 ~ 17년이란 세월은
눈 깜박할 시간이지만
매미에게는 천추의 한이 담긴
자연의 한이요
우주의 한을 대변하고 있다.
수명은 인공적으로 부화한 매미는 일주일
야생에서의 매미는 약 한 달 정도
짝짓기위해 수컷이 암컷을 유혹하며 더 큰 소리로 울고 있지만
올해는 그 투명하고 맑은 울음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가끔씩 잠깐 뜨거운 여름을 맞이할 때만 울음소리가 들린다.
대체로 중부지방에서는
매년 7월 20일경이면 매미의 울음소리 경진대회가
시작되지만
어찌된 일인지 하늘이 흘린 눈물에 묻혀 버린 지 오래이다.
아직도 집중호우에 대한 일기예보가 날선 칼날처럼 춤추고 있지만
언제쯤이나 제대로 된 여름을 알릴지 기약 없는 날만 기다리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자연의 시간을 잊지 않고
일주일 이상 늦어진 매미울음소리가
텃밭을 울리고
정원을 울리고
메아리에 둘러쌓인 산속을 울리고
탁 트인 바다까지 울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볕이 안 나도 울어대는 매미가 있어
그나마 여름을 잊지 않고 빗속에서 듣는
매미의 합주곡을 들을 수 있어 다행이다.
깊은 잠에서 깨어나 자연의 시간에 정확하게 맞춰
울어야할 시간을 기억해놓고 있다는 사실은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으로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과 다름이 없다.
그리고 그 뜨겁던 무더위를 식힐 매미의 계절 여름을 잊지 않고
투명한 울음소리를 잠시라도 듣게 해주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2011년 8월 10일 수요일
실종된 여름을 바라보며…….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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