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인연3

청아당 2011. 7. 5. 11:54

인연3

 

함부로 만나지 말아야 할 것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아니라

사람들 심장에 갇혀있는 혼이다.

무엇 때문에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만나고 있는지

하늘을 흔들어 깨운 다음 물어보아도

아무런 말이 없다.

가끔은 침묵도 무언의 말로 통하고 있지만

우주의 침묵은 그 무엇으로도 깨울 수 없는

사람들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서로의 어깨를 붙잡고 따뜻한 정을 붙여보아도

침묵만큼 차가운 것은 없다.

서로가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지만

서로가 만나고 있다면

그것처럼 깊은 인연도 없다.

누구를 위한 만남인지는 굳이 따지지 않아도

인연으로 서로의 손을 잡고 있다면

처음부터 하나였고 지금도 하나일 수밖에 없다.

인연은 소리 내어 달려오는 것이 아니라

숨소리조차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치밀하면서도 우연처럼 다가오는 것이 인연이다.

한번 만났다고 모두가 인연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질긴 생명처럼

끈질기게 달려들어야 인연으로 연결되어진다.

선악이 공존하는 것처럼

인연과 우연도 공존하고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우연히 만나는 사람이거나

골 깊은 악연처럼 만나는 것도

하늘이 내린 인연이기에

바로 그 사람이 인연으로 맺어진 사람이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선 위를 소리 내어 달리거나

가슴으로 꼭 껴안으며

서로의 숨소리가 한목소리에서 나올 때

인연은 더 이상 물리칠 수도 떼어낼 수도 없다.

한번 맺은 인연은

죽음을 눈앞에 둔 경계에서조차 끈끈하게 맺어져 있어

함부로 뗄 수 없는

삶의 끝이자 죽음의 시작으로 연결되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끝은 또 다른 시작이자 우주에서 회전하는 바람개비이기에

바람만 불어준다면

우주 속에서

지구 속에서

영원히 달리는 황금마차로 또는 블랙홀로 작용하게 된다.

 

201175일 화요일

 

인연을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