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계절
하늘에서 내린 장맛비가 그쳤다.
그것도 잠시 소강상태라고 하니
언제 다시 하늘을 덮은 구름 속에서
장맛비가 내릴지 모른다.
기다림이란 따뜻한 햇볕을 뒤로한 채
한가함을 즐기기 위한 또 다른 여유로 다가온다.
태풍 “메아리” 가 지나가고
천둥과 번개가 빗발치는
여름 장맛비는
몸으로 맞는 것이 가장 낫다.
하늘을 뚫을 수 없어
그대로 놓아두면
강한 바람이 구름을 걷어가
구름위에서 또 다른 구름 위를 걷거나
하늘이 높고 높다는 것을 일깨워주며
한쪽에선 국지성 폭우가 내리고
한쪽에선 여름 태양이 온몸에 쏟아지기도 한다.
이것처럼 경쾌하고 마음 든든한 일은 없지만
적절한 관계나 적절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장맛비는 여름이 지나기 전에
멈출 것이고
뜨거운 태양을 가슴에 품으며
숨 막히는 계절 속에서도
여름향기를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오고 간다는 것은
자연이 있어 가능하고
우주가 있어 가능하고
바람이 있어 가능하다.
한발 한발 내딛는 길속에서
무엇이 있는지
갈림길에서 또 다른 길을 찾아가거나
스스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나가기도 한다.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길 위에서 길을 물으며 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만들어진 길보다
새로 만들어진 길을 달리는 마음은
우주가 날마다 변하는 것처럼
흥미롭고 새롭고 그리고 미래를 향해 달리는
행운으로 다가와
더욱 기뻐하며 두 팔을 들어
만세를 부르고 싶다는 사실이다.
이 얼마나 경이롭고 신비로운 일인가.
숨 막히는 계절을 뚫고 나가는 추진력 속에서
우주와 만나고
자연과 만나고
오고감이 없는 경계에서 뛰놀며
행복을 노래하기도하고
기쁨을 노래하기도하고
더없는 즐거움으로 노래하는 것과 같다.
단지 손만 닿았을 뿐인데
단지 몸만 스쳤을 뿐인데
우주와 연결되어지거나
자연과 연결되어지거나
바람과 연결되어져
우리들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기도 하고
우리들의 가슴이 어디에서
뛰놀고 있는지 알리기도 하면서
한없는 행복을 꿈의 세계와 함께 즐기거나
기쁨을 노래하는 것
그 자체로 영원한 즐거움을 누릴 수가 있다.
그리고 발끝에 와 닿는 모든 것이
우주와 하나 되고
우리들의 계절인 여름은 그 모든 모습을 열어놓고
바람이 달려오기만을 간절하게 소원하기도 한다.
2011년 7월 1일
숨 막히는 계절을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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