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다리를 끌고 다니는 사람들

청아당 2011. 7. 6. 18:27

다리를 끌고 다니는 사람들

 

목발을 짚고 한손엔 파지를 모아담은 카트(작은 손수레)에 기대어

한 호흡에 반걸음씩 달려가는 사람들이 있다.

제대로 걷고 싶어도

걸을 수 없는 일은 오늘만이 아니다.

60을 넘은 아저씨는 허리가 휜 채로

파지를 팔아 생긴 돈을 은행에 집어넣고

쌓여가는 통장을 바라보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가하면

70을 넘은 노부부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파지나 돈이 될 만한 물건들을

감시하느라 허리 펼 시간도 없이

비가 오나

눈이오나

바람이 부나

자신이 쳐놓은 경계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한다.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난

파지 줍는 사람들 때문에 생겨난 새로운 풍속도이다.

손수레로 실어 나르는 사람들은 그나마 행복한 사람들이다.

한발 옮기고 호흡을 고르며

파지를 실어 나르는 할머니는

맨몸으로 걷기도 힘든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먹기 위해서는 다리를 절거나 끌고 다니면서까지

달려야만하기에

우리들의 관심에서 한시도 빼놓을 수 없는

자화상이기도하면서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뒤안길로 통하기도 한다.

산다는 것은 이렇게 목숨을 걸고 달리거나

어떠한 상태로 있든 지간에

살아있는 한 목숨 줄을 지켜야할 의무로 자리 잡기도 한다.

그야말로 산다는 것은

치열한 전쟁을 치르지 않으면 안 된다.

죽는다는 것은 이 모든 전쟁으로부터

자유롭게 해방되어지기도 하지만

또 다른 세계에서 새로운 짐을 등에 업고 달려야만 하는

숨 막히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기에

살아있는 한 최선을 다하는 삶

그 모든 것을 극복하며 생생하게 서있을 수 있어야한다.

 

2011년 7월 6일 수요일

 

다리를 끌고 다니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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