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태풍과 장맛비

청아당 2011. 7. 14. 20:11

태풍과 장맛비

 

천기누설로 인해 장맛비가 내린다.

큰 피해 없이 청량산이 건재해오다가

2010년 9월 ‘곤파스’ 라는 태풍에 초토화되어버린 청량산

발아래 쓰러져간 수많은 소나무와 산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산바람이 돌풍으로 변해

혹여 방어 자세를 갖출까봐

깊은 잠에 빠져든 새벽녘에

조망권이 좋은 곳부터

바람이 잘 통하는 길목까지 허리를 잘라버렸다.

아무리 감추고 또 감추어도

해마다 발생하는 태풍과 장맛비

인간이 만들어 논 모든 과학과 지식으로

하늘을 통제해 보려 해도

앞에서 막으면

뒤로 빠져나가고

뒤에서 막으면

앞으로 빠져나가버린다.

상하좌우 그 어느 곳에서도

마음을 놓을 수도

잡을 수도 없는 것이 바람이듯이

따로 달려와 안부를 묻지 않고

축지법이나 순간이동을 쓸 줄 아는

태풍인줄 알았는데

장맛비인줄 알았는데

우리가 겪어야할 것은

반드시 겪고 넘어가야한다는 사실만 확인할 수 있었다.

지반이 무너지거나 산사태로 인해 피해를 입거나

침식, 도로파손, 교량파손, 철교파손으로 이어지는 피해

가축의 보호막인 축사에서 길러진 축산물 피해

바다에선 수산물과 배가 파손되는 피해

강과 계곡에선 홍수로 인해

사람이 실종되거나 둑이 무너져 내리는 피해

비닐하우스에서 자라고 있는 농작물 피해

농경지 침수, 둔치지역의 침수

주요 강변공원의 침수

안동 4대강 공사 인근 콘크리트 제방이 쓸려가거나

집중호우로 4대강 사업 곳곳에

흐르는 물을 막기 위하여 임시로 만들어 놓은 시설물인

가물막이가 붕괴되거나

보가 쓸려가는 피해를 입고 있는

불보다 더 무서운 물 폭탄의 힘

이는 하늘이 알고 있는 한 피해갈 수 없는 사실이고

바람조차도 눈을 감고 하늘 편을 들고 있는 것을 보면

해마다 겪어야할 크나큰 홍역으로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이다.

우리가 알고 있고

하늘이 알고 있고

자연이 알고 있는 한

달린다고 떨어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림자처럼 달라붙어

뒤돌아본 순간 한 몸으로 승화되어져

우주와 자연이 손을 잡고 달려온 것처럼

태풍과 장맛비도 손을 잡고 달려가고 있다.

언제 한가한 날

숲 속에 앉아 하늘을 우러러보며

바람을 불러들인 후

함께 점심식사라도 하면서

서로에게 맺힌 한을 조금이라도 풀 수 있는

그런 자리를 마련했으면 한다.

우주와 자연이 충돌하는 날

모두에게 위협으로 다가오기에

산속에 닫힌 모든 문을 열어놓고

바람이 잘 통하도록 길목에서 빗자루로

쓸어낸 후

한 호흡 크게 하는 순간

우주와 자연이 하나가 되었다는

전설적인 이야기로 끝을 맺었으면 한다.

불필요한 힘과 무력보다는

대화와 타협으로 실타래를 풀고 사는 사람들처럼

슬픈 표정보다는 즐겁고 기쁜 표정으로

한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더 유익하고 행복하기에

조금이라도 서로가 양보하며 편히 걸을 수 있는

그런 길을 손을 잡고 걸었으면 한다.

 

2011년 7월 14일 목요일

 

유난히 긴 장맛비를 맞으며…….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