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통일

청아당 2011. 6. 23. 21:22

통일

 

둘에서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 통일이라고 하면

통일은 살아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죽은 목숨이다.

하나가 하나로 합쳐져 둘이 되었다가

둘이 하나가 되어야 통일이라는 말을 쓸 수 있다.

해놓은 것 없이

말로 하는 통일은 진정한 통일이 아니다.

입으로 말하고

행동으로 말하고

영혼으로 말해도

통일이 되기 힘든 것이 통일이다.

무엇을 보고 통일을 운운하는지는 몰라도

서로 나눈 힘겨루기로

수없이 치욕을 당했던 과거와 현재의 정권에서조차

이루지 못한 통일을

말 한마디로 통일을 말하는 것은

겸손하지 못한 처신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지금 당장 통일이 되어도 문제는 크다.

준비되지 않은 통일은

차라리 통일이 되지 않는 것이 더 바람직한 일이다.

국민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려는 욕심으로

말하는 통일이라면

차라리 침묵으로 말하는 것이 더 낫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있고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촉감이 있고

하지 말아야할 것까지 알고 있는 국민들을

흥분하게 하는 일은

있어서도 안 되고 부추 켜서도 안 된다.

종교와 철학 그리고 과학이 우주를 향해 치닫는 동안

통일은 그 어느 곳에서도 일어날 조짐을 보이지 않았다.

오직 침묵으로 일관한 통일만이 깊은 숲 속에서

호흡으로 잠을 청하며

내일을 위해 보다 나은 통일을 구상하고 있을 뿐이다.

수천 년을 버텨온 중독성 강한 종교적인 말세론으로

북의 체제가 붕괴되기를 바라거나

새로운 체제로 탈바꿈하려는 움직임까지 생각하지 않으면

통일은 하나의 허구로 존재할 수도 있다.

곧 통일될 것 같은 예언은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도 줄기차게 예언을 하고 있다.

그러나 종교보다 더 복잡한 통일

철학보다 더 오묘한 통일

과학보다 더 신묘한 통일로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밤낮으로 연구하며 노력해왔지만

쉽게 이룰 수 없는 것이 통일이라는 것쯤은 다 아는 사실이다.

통일보다 더 어려운 것이 있으면 말해보아라.

정치가 하나로 합치지 못하는 것처럼

통일도 하나로 합칠 수가 없다.

합친다고 모두가 통일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통일이 무엇인가를 연구하는 것이

더 빠른 통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통일은 누구의 입김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때 되면 다 같이 손잡고 가슴을 끌어안을 수 있어야

진정한 통일이자 서로의 관계가 정립되게 된다.

 

2011년 6월 23일 목요일

 

통일에 대해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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