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바람
봄도 아닌 것이
여름을 향해 비상하는 날갯짓이 아름답다.
우주의 생명에너지가
활짝 핀 꽃나무들을 다독거리며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지리산 둘레길을 돌아보기도 하고
해변을 따라 제주도 올레길을 돌아보기도 한다.
바람은 우주의 생명이자 호흡으로 가득 찬
명상으로 통하기도 하고
푸른 생명들을 밖으로 내보내려는
어머니 같은 바람이자
아버지 같은 굳건한 바람으로 자리하기도 한다.
따뜻한 바람인 것 같기도 하고
서늘한 바람인 것 같기도 하면서
5월을 향해 숨을 들이마시며
잊혀져가는 5월의 항쟁을 떠올리게 한다.
얼마나 달려왔던가.
얼마나 질주하였던가.
생명이 쏟아져 나오는 계절에
용기를 북돋아
예향의 도시 광주를 향해
힘껏 달리고 있다.
아직도 행방불명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지만
한 번간 길은
뒤돌아보지 않는다는 바람의 철학 때문에
역사 속에서 되살아나지 못한 채
빈 묘만 가득하게 늘어서있다.
누구를 위한 항쟁이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그때는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위대한 출발이었다.
하늘이 감추고
땅이 감추어도
봄이 되면 새롭게 생명의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을 보면
하늘은 결코 나라를 위해 희생한 넋을 포기하지 않고
모두 다 품에 안고 있다.
얼마나 용기가 컸으면
얼마나 강했으면
전직 대통령마저 함부로 발길을 내딛을 수가 없을까?
인과응보라는 말은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후회 없는 삶을 뒤돌아보게 만들기도 하고
후회 있는 삶을 불러들여
그 죗값을 받도록
해마다 한곳으로 모여들게 하기도 한다.
그 모든 상처가 아물 때까지
그 모든 한이 없어질 때까지
하늘을 향해 기도하고
땅을 향해 기도하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희생당한
5·18광주 민주화운동(1980년 5·18 ~ 5·27) 항쟁의 용사들은
오늘도 눈을 감지 못한 채
대한민국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다.
처음부터 가슴이 넓었던 것이 후회될 수도 있지만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독재정권은 계속해서 민주를 짓밟으며
영원히 민주주의의 싹을 없애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숨긴다고 숨겨지는 역사가 아니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5·18 성역의 묘지를 향해 경건하면서도
차분한 인고의 세월을 눌러가면서까지
가슴으로 포용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의 독재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다시는 역사 속에서 소리를 내며
울 수 있는 역사를 만들지 말자고
두 손을 꼭 잡고 약속을 하고 있다.
2011년 5월 19일 목요일
5월의 바람을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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