덫에 걸린 삶
덫에 걸린 바람이 빠져나오지를 못하고 있다.
조금만 흔들면 벗어날 수 있는
나뭇가지에 걸린 바람이지만
삶의 울타리를 함부로 벗어날 수가 없다.
족쇄보다 더 단단한
인연의 끈으로 만들어진 삶이기에
흔든다고 흔들릴 바람이 아니다.
우리들이 가장 경계해야할 바람이자 덫이지만
한번 묶인 삶은
몸부림칠수록 더욱 깊은 늪으로 빠져들고 만다.
손끝하나 움직일 힘이 없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발끝하나 움직일 힘이 없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하늘이 내린 뜻을 거역하게 되면
기도 속에 숨은 정성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아
허리가 휠 정도로
시련과 고통의 깊이를 느끼게 된다.
분명 처음과 끝은 정해져있지만
사람마다 극복의 정신이 다르고
받아들이는 뜻이 다르기에
어떤 사람은 한없이 앞만 보며 달려야 되는 줄 알고 있고
어떤 사람은 미리 가본 길처럼 능숙하게 발을 내딛기도 한다.
사람에게는 누구한테 의지하려는 못된 습관이 있어
덫에 걸려도
손쉽게 빠져나오는 바람처럼
자신의 삶도 그렇게 되기를
간절하게 애원하는 사람도 있다.
뒤돌아볼 줄 아는 사람은
하늘의 뜻이 그렇고
자연의 뜻이 그렇다면
침묵으로 입을 닫고
고요로 발을 묶어
그 자리에서 호흡으로 대신하며
눈을 감아버린다.
가끔씩 명상만큼 좋은 약도 없다며
시련과 고통이 기억해내기 전에
스스로 억겁의 세월 앞에서
무릎을 꿇고
바람이 빠져나갈 수 없도록 울타리를 친 후
삶의 영역을 그려놓는 것으로 위안을 삼기도 한다.
살다보면 용서와 후회 없는 삶이 없듯이
그 누구도 하늘의 뜻을 피해갈 수는 없다.
행복보다는
불행이 더 많고
기쁨보다는
슬픔이 더 많은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루하루가 긴 세월처럼 느껴지거나
바람보다 더 변덕스러운 것이 마음이기에
마음을 잡아
하늘에 가둬두는 일은 가장 어려운 일중의 하나로
불에 태울 수도 없고
물에 담가둘 수도 없어
하늘도 포기한 마음이기에
마음 가는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
유일한 희망이라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올 때까지
뛰고 또 뛰는 것으로 기준을 삼으며
하루를 시작해야한다는 점이다.
2011년 5월 14일 토요일
덫에 걸린 삶을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