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변신하는 바람

청아당 2011. 4. 6. 15:42

변신하는 바람

 

똑같은 길을 달리는 바람이

지겹다고 투정을 부린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늘 그 자리를 향해 달리고 있는 자신이

한심하다고 한다.

오늘은 색다른 길을 찾아 떠나고 싶다고

내일은 그 꿈이 이루어져

잠시라도 쉴 수 있는 기회가 있거나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휴식처가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한다.

꿈은 늘 꾸는 것이지만

꿈이 현실이 되지 않는 것은

꿈보다 더 힘든 인간의 욕망 때문에

희망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가 밟아야할 곳은 많다.

모든 준비를 갖추고

나그네를 맞이할 문화유산과 관광지가

손을 맞잡고

옛 모습을 잃지 않으려고

애써 그 자리를 지켜내고 있다.

역사는 움직이지 않지만

세월은 바람을 통해

역사를 옮기고 있다고 말하며

비바람이 불거나

폭풍이 전국을 훑고 지나갈 때

역사적 유물들이

현대적인 이미지로 덧칠을 당하며

힘겹게 달빛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한다.

결국 말없이 움직이고 있는 침묵까지 흔들어

고요를 불러들이고

그것도 모자라서

숲에서 쉬고 있는 바람까지 불러내어

산으로

강으로

바다로

달려가라고 등을 떠밀고 있다.

산을 옮기고

바다를 옮기고

강을 파헤쳐가면서까지

침묵하는 역사를 깨워내어

오늘의 역사를

새롭게 만들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역사도 아름답지만

현재의 역사도 아름답게 꾸며야한다며

미래의 역사를 향해

숲에서 잠들고 있는 바람과

우주에 갇혀있는 바람까지

불러내어

세월이 역사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하며

불러들인 바람이 도착할 때까지

맨발로

지구 위를 힘껏 달리고 있다.

 

2011년 4월 6일 수요일

 

변신하는 바람을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