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달리는 바람
하늘의 뜻을 어기고 달리는 바람이 있다.
자신의 뜻이 옳고 참되면
무조건 달리는 것이 좋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반대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속이 알찬 생각보다
겉치레를 더 좋아하는
100년 대계를 생각하기보다는
수직적인 관계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려는 바람이 있다.
분명 귀가 있고
눈이 있고
목소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쪽으로 사라져버리면
뜬눈으로 밤새운 보람이 없어져버린다.
그리고 임시적인 방편으로
명령을 내리는 것을
더 좋아하는 바람이 있다면
당장 멈추는 것이 좋다.
그것이 하늘의 뜻이라고 한들
민심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망망대해에 떠있는
조각배 밖에 되지 않는다.
권력은 하늘을 속일 수 있어도
민심은 속일 수 없기에
기반을 뒤흔드는 구상일수록
위험하고 또 위험할 수밖에 없다.
생각대로 해낼 수 있는 추진력은 좋지만
앞으로 달려야할 바람이
뒤로 달린다면
현재보다는 과거로
미래보다는 현재에 머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독재보다 더 무서운 것은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세금폭탄이다.
분명 그 길을 달려가야 할 사람들이
하나 둘
등을 돌린다면
끝을 알 수 없는 고통의 깊이를 겪게 된다.
치수사업을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면
그 사명감은 하늘을 감동시킬 만큼 대단할 수 있다.
지금껏 그 어떤 역사도 해내지 못한
뿌리를 뒤흔드는 사업이고
산과 강의 예술적인 조화를 무시하고
달리게 하는 바람 때문에
신의 영역이 무너져 내려간다면
다함께
죗값을 치를 수밖에 없다.
하늘이 먼저 선택했고
우리도 함께 선택했기에
자연을 훼손한 죄를 물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암묵적인 침묵으로 일관해온 우리들이지만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도 없다.
자연을 그대로 놓고 보아도 아름답지만
세계적인 디자인과 설계를 통해 시행하고 나면
자연보다 더 아름다운
인위적인 조형물이 생겨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로인해 또 다른 역사가 생겨나고
자연을 훼손하는 속도는 더 빨라져
인류의 멸망 위기설까지 불러들일 수도 있다.
구제역과 조류독감
원인을 알 수 없는 새로운 질병이 그렇고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식량난
전쟁과 힘의 균형을 잡으려는 내전이 그렇고
심상치 않은 지구의 이상기온이 그렇고
예상치 못한 지진과 화산폭발로 인해
날로 바닥을 향해 추락해가고 있는 서민들의 삶이
하늘을 향해 원망의 눈길로 변하고 있다.
가야할 길은 정해져있는데
강을 건널 수 없는 사람들이
바람이 불 때까지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얼마나 더 버텨야만 고통의 끝이 멈출지
일으켜 세워도
또다시 넘어지는 바람 때문에
사람들은 하늘을 원망하고
나라를 원망하고
이 땅에 태어난 사람들조차 원망하고 있다.
통치자가 바뀌면 좀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은
없어지고
날로 힘들어져가는 세계적인 경제공황 속에서
전처럼 마음 놓고 웃을 수 있는 공간마저 사라져버려
소나무처럼 홀로 서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사형수처럼
공포를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생겨나기도 한다.
세월은 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으로 등장하고 있지만
뒤로 달리는 바람이
앞으로 달릴 때까지
마음 놓고 지낼 수 없어 답답할 뿐이다.
그나마 산과 들판으로
미친 듯이 달릴 수 있는 바람이 있어
위로가 되고
꽉 막힌 가슴을 풀어놓을 바다가 있어
고맙고
언제든 손을 맞잡고
바람 따라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어 다행이다.
2011년 3월 3일 목요일
거꾸로 달리는 바람을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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