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갈 때 느낌하나만 있으면(누락)
바람이 불면
바람을 맞이하여야한다.
손으로 잡을 수 없거나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일지라도
온몸을 스쳐가는 바람이라면
땅 끝에서
하늘 끝에서
바람을 맞이하여야한다.
하늘을 움직이는 바람도
땅을 움직이는 바람도
길이 없다면
벽을 타고 빙빙 돌 것이다.
얼마나 달려온 바람인가
얼마나 숨죽이며 달려온 바람인가
우리에게 따뜻한 바람이 있다면
가슴으로 받아들여야한다.
텅 빈 공허 속에서
부는 바람이라면
영혼을 울리는 바람이기에
잡을 수 있으면 잡아야한다.
소유하지 않고
소유할 수 있다면
그것이 무소유이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형체 없음으로 살아갈 수 없기에
소유도
무소유도
다 부질없는 짓이지만
소유 속에서 무소유로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이 행복이다.
갈 때는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우리에게 홀로 남기를 원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보아라!
숱한 생의 엉킴 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는 사람들이 있듯이
태어난 순간
한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숱한 기로에서 흩어진 후
원점에서 다시 만나는 것을 보면
우리는 세상을 향해
우주를 향해
회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누가 그 길로 가지 말라고 한 적도 없지만
누가 그 길로 오라고한적도 없지만
태어난 순간
본능적으로 흩어지려는 삶의 기로가 있는 한
소유도
무소유도
다 부질없는 말장난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말빚을 없앨 만큼
혹독한 결의를 보이는 선각자들의 모습 속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는
홀로 가는 길이다.
그 길이 험난하고 이룰 수 없는 꿈일지언정
한발 한발
앞으로 내딛는 용기만 있다면
그리고 오갈 때 느낌하나만 있다면
홀로 걸어갈 수 있어야한다.
2010년 3월 15일 월요일
오갈 때 느낌하나만 있으면을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 詩
'『오늘 올린 詩』 > 『오늘 올린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 없는 길(누락) (0) | 2010.03.18 |
---|---|
춘강(春岡) 엄용식(嚴墉植) 화백님의 팔순생신 (0) | 2010.03.15 |
무소유2(누락) (0) | 2010.03.12 |
바람아, 바람아!(누락) (0) | 2010.03.01 |
생의 의미(누락) (0) | 2010.0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