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2(누락)
가질 수 없다는 것은 행복이다.
버릴 수 없다는 것은 불행이다.
모두에게 지워진 짐을
어떤 이는 편안하게 받아들이는가하면
어떤 이는 불편하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소유를 모르고서는 무소유도 알 수 없다.
무소유는 소유 속에서 살아 숨 쉬는 그림자와 같기에
잡을 수도
놓을 수도 없다.
잡았다싶으면 무소유가 되고
놓았다싶으면 소유가 되어 돌아온다.
발목에 채워진 족쇄와도 같이
함께 걷고
함께 달리며
구름이 되어 하늘로 이동하기도하고
비되어 땅을 적시기도 한다.
모든 것을 비웠다하여
무소유가 되는 것이 아니라
소유 속에서 무소유가 되어야하기에
어떤 때는 풀이 되어 봄을 맞이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나무가 되어 여름을 맞이하기도 한다.
가족도 버리고
하늘과 땅도 버려야만
홀로 설 수 있는 것처럼
홀가분한 마음은
홀가분한 발걸음으로 이어지고
그리고 무소유를 잡았다하여
무소유가 되지는 않는다.
깨닫고 난 후
홀로 서서
말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이며
던질 수 없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고집이 없고
외길이 없었다면
무소유는 존재하지 않기에
흘러가는 물과 함께
떠나보내는 마음 하나만 있다면
구름도
바람도
달빛도 함께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떠나는 길은 아름답다.
본래 있던 자리를 박차고 나아가는 길이기에
그리고 경계 없는 원에 뛰어들어
호흡조차 멈출 수 있기에
영원한 숨소리로
우주의 끝을 향해
달릴 수가 있다.
손에 잡힌 것이 있다면 소유이고
손에 잡힌 것이 없다면 무소유이다.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 마음이 존재하는 한
소유도 무소유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 우주가 내리는 마지막 결론이다.
본래부터 없던 것을 만들어냈다 하여
소유가 되는 것이 아니라
본래부터 있던 것을 없앴다하여
무소유가 되는 것이 아니라
소유와 무소유는
경계에서 하나가 되기도 하고
둘이 되어
공허 속 빈틈으로 달리기도 한다.
가는 길이 경쾌하고 가볍다면
소유 속에서
무소유를 잡아낼 것이요
가는 길이 우울하고 무겁다면
소유 속에서
무소유를 잃어버릴 것이다.
우리의 선택은 언제나
무에서 시작하고
유에서 끝이 난다.
줄 것도 받을 것도 없는 세상
그것이 우리들의 세상이요
우주의 끝인 것이다.
홀로 있다는 것은
그래서 아름다운 것이다.
2010년 3월 12일 금요일
법정스님(1932년 전남 해남 출생) 입적 소식(2010년 3월 11일)을 듣고 무소유를 생각하면서...
청아당 엄 상 호 詩
'『오늘 올린 詩』 > 『오늘 올린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춘강(春岡) 엄용식(嚴墉植) 화백님의 팔순생신 (0) | 2010.03.15 |
---|---|
오갈 때 느낌하나만 있으면(누락) (0) | 2010.03.15 |
바람아, 바람아!(누락) (0) | 2010.03.01 |
생의 의미(누락) (0) | 2010.02.11 |
한파에 견디는 나무들(누락) (0) | 2010.0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