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속에 꽃핀 달(누락)
인천시립박물관 소나무위로 떠오른 달빛은
환상적이다.
특히 보드라운 살과 풍만한 여신의 몸으로
부풀어 오른 맑은 보름달은
말하지 않아도
손으로 잡지 않아도
먼저 달려와 가슴에 안긴다.
칼바람을 맞으며
추위 속에서 피어난 달이기에
더욱 선명하다.
발걸음을 옮기면
발걸음 따라 이동하는 달이다.
그리고 오랜 세월 함께 벗으로 마주하던
달빛이다.
물위를 걷기도하고
숲으로 달려와 안기기도 하고
소나무를 배경으로
담묵화를 그리기도 한다.
바다가 그리우면
바다로 달려가고
계곡이 그리우면
계곡으로 달려가기도 한다.
동심처럼 맑고 깨끗한 추위 속에서
달빛이 함께하기에
발걸음이 가볍고 경쾌하다.
물위에 떠있는
달빛을 잡아보기도 하고
고요한 달밤에
그림자 되어 함께 걷기도 한다.
수없이 밤하늘에 떠오른 달이다.
하루를 천년같이
천년을 하루같이
눈감았다 떠보면
우리 곁에 늘 함께했던 달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느끼는 것만으로도
폐부에 박히는 선명한 달이다.
뒤돌아서서 걷든
앞으로 달려가서 걷든
우리 곁에 늘 함께하는 달이다.
오지 말라고 해도
달려오는 달빛이 아름다워서
동해로 달려가기도 하고
서해로 달려가기도 한다.
우리에게 있어
달처럼 친근한 벗은 없을 것이다.
온 세상을 껴안고도 모자라
빛이 되어 낮에 뜨기도 하고
밤에 뜨기도 하면서
함께 호흡하며 숨을 쉬고 있는
달이다.
마치 손끝에 매달려 있는 달처럼…
2010년 1월 1일 금요일
청량산 아래 인천시립박물관 산책길을 걸으며...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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