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바람인가?(누락)
바람이 분다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다에
바람이 분다
저 먼 곳을 향해 부는 바람이다
가슴에서 흘러나오는 바람이 아니고
머리에서 흘러나오는 바람이다
짧고 강하게 부는 바람은 위험하다
미친 듯이 달리는 바람을 잡을 수 있는 것은
채찍이다
아니 그물이다
그물은 바람을 내보낼 수 있지만
바람이 그물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그물 앞에 멈춰선 바람은
회오리처럼 빙빙 돈다
수직으로 오르는 용오름처럼
그 기세가 대단하다
무엇 때문에
바람을 막으려하겠는가
하늘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도 두려워하지 않고
바람의 근원지인
바다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겸손이 무엇인지
교만이 무엇인지
경계를 잊어버린 사람처럼
앞만 보고 달리는 사람은
앞만 보고 달리는 바람과도 같다
가끔씩은
숲속에 들어가 명상을 하거나
나뭇가지에 걸터앉은 바람과 이야기라도 나누며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한다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남의 것이라고
소진할 때까지 인기몰이로 탕진하다보면
천년을 달려야할 길목에서
바람은 멈추고 만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꼬집어 말할 수 없다
이것은 하늘이 정해준 길이기에
다 같이 짊어지고 가야할 문제이다
우리가 선택했고
우리가 가야할 길이기에
강강술래라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어야하고
호된 질책도
함께 나눠가지며
이 험난한 문제를 풀어나가야한다
바람은 언제고 분다
태풍이 되어 계곡을 쓸어버릴 수도 있고
미풍이 되어 살갗이 좋아하는 바람으로 안부를 물을 수도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한 바람이다
그것도 하늘에서 내린 천년을 달릴 수 있는 바람이다
밝고 환한 모습으로
모두의 가슴속으로 파고드는 바람 말이다
2009년 11월 10일 화요일
누구를 위한 바람인가를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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