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긴 겨울을 준비하는 나무들(누락)

청아당 2009. 11. 22. 20:51

긴 겨울을 준비하는 나무들(누락)

 

누군가를 위해 할 일이 없다는 것은

생명들에겐

치욕이다

살아있다는 것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소리로 들린다

태풍에 쓰러진 나무들도

긴 겨울을 준비하는 나무들도

희망이 있기에

하루를 버티고

이틀을 버틴다

눈감았다

떠보면

일상이 시작되는 밋밋한 생활일지라도

살아있다는 것

이것만큼 매력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없다

그래

우리들에게 주어진 울타리가 좁든 넓든

세계를 향하고 있다는 자신감만 있다면

오늘 하루가 즐거울 수밖에 없다

비록 숨을 멈춘 채

하루를 버티는 나무들일지라도

하늘을 날고

땅을 달리는

재미를 알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더 달려야만

끝이 나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살아있는 동안은

서로 손이라도 잡으며

얼싸안고

서로를 위로해주어야 한다

얼마나 한이 깊었으면

얼마나 달리고 싶었으면

하늘을 향해

날아오를 생각을 하겠는가

숨이 차오르고

다리가 후들거릴 때는

두 손을 모아

기도를 해야한다

조금이라도 삶이 젊었을 때

명상을 통해 삶의 질을 높여야한다

오죽하면

자신의 살점을 내어주며

쉼터마다 정자를 세우게 하고

약수터를 만들어

등산객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고 있겠는가

바다가 안보이면

바다를 바라볼 수 있도록 전망대를 세우게 하고

송도신도시 하나만으로는 볼거리가 신통치 않으면

내비게이션도 찾을 수 없는

바다 한복판에 빠져버린

인천대교를 만들어주겠는가

길이 난 곳에 삶의 희망이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멈춰버린 길도

사람의 발길이 잦으면

절망에서 희망으로 바뀌듯이

이제는 찾을 수 있는

업데이트된 내비게이션으로 새롭게 거듭난다

호흡을 하고 있다는 것

숨을 쉬고 있다는 것

그것하나만으로도 삶은 아름답고 행복한 것이다

그래서 삶이 즐겁고

행복하다면

그보다 더한 즐거움이 있겠는가 말이다

 

20091121일 토요일

 

청량산 정상 용학유정에서...

 

청아당 엄 상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