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겨울을 준비하는 나무들(누락)
누군가를 위해 할 일이 없다는 것은
생명들에겐
치욕이다
살아있다는 것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소리로 들린다
태풍에 쓰러진 나무들도
긴 겨울을 준비하는 나무들도
희망이 있기에
하루를 버티고
이틀을 버틴다
눈감았다
떠보면
일상이 시작되는 밋밋한 생활일지라도
살아있다는 것
이것만큼 매력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없다
그래
우리들에게 주어진 울타리가 좁든 넓든
세계를 향하고 있다는 자신감만 있다면
오늘 하루가 즐거울 수밖에 없다
비록 숨을 멈춘 채
하루를 버티는 나무들일지라도
하늘을 날고
땅을 달리는
재미를 알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더 달려야만
끝이 나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살아있는 동안은
서로 손이라도 잡으며
얼싸안고
서로를 위로해주어야 한다
얼마나 한이 깊었으면
얼마나 달리고 싶었으면
하늘을 향해
날아오를 생각을 하겠는가
숨이 차오르고
다리가 후들거릴 때는
두 손을 모아
기도를 해야한다
조금이라도 삶이 젊었을 때
명상을 통해 삶의 질을 높여야한다
오죽하면
자신의 살점을 내어주며
쉼터마다 정자를 세우게 하고
약수터를 만들어
등산객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고 있겠는가
바다가 안보이면
바다를 바라볼 수 있도록 전망대를 세우게 하고
송도신도시 하나만으로는 볼거리가 신통치 않으면
내비게이션도 찾을 수 없는
바다 한복판에 빠져버린
인천대교를 만들어주겠는가
길이 난 곳에 삶의 희망이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멈춰버린 길도
사람의 발길이 잦으면
절망에서 희망으로 바뀌듯이
이제는 찾을 수 있는
업데이트된 내비게이션으로 새롭게 거듭난다
호흡을 하고 있다는 것
숨을 쉬고 있다는 것
그것하나만으로도 삶은 아름답고 행복한 것이다
그래서 삶이 즐겁고
행복하다면
그보다 더한 즐거움이 있겠는가 말이다
2009년 11월 21일 토요일
청량산 정상 용학유정에서...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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