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2(누락)
뒤돌아보면
수평선너머 또 다른 바다가 있듯이
우리는 지금 바다위에서 춤을 추고 있다.
거센 파도로 춤을 추기도하고
바람 한 점 없는 바다위에서
낮잠을 즐기기도 한다.
어떤 이는 바다를 걸을 때마다
물속으로 빠져드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어떤 이는 바다 위를 걸어 다니는 사람도 있다.
똑같이 걸어도
바람이 방향 따라 다르게 불듯이
앞으로 걷는 사람
뒤로 걷는 사람
그리고 옆으로 걷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걷는 것은
모두 다 똑같다.
바람을 느끼는 사람은
바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요
바람을 맞아도
바람임을 잊어버리는 사람은
시련이 무엇인지조차도 모르는 사람이다.
누구나 바람을 맞는다.
언덕배기에서 회오리바람으로 달려드는 바람이 있는가하면
바다를 휘젓고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는
용오름현상이 있다.
바람은 그저 바람일 뿐이다.
손가락사이로 빠져나가는
형체도
냄새도
그리고 그림자도 없는
무형의 존재인 것이다.
뒤돌아서면
흔적이 없다.
분명 무언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던 것 같은데
막상 손으로 잡으려면
잡히지가 않는 것이다.
어쩌면 바람은 홀로서기를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삶의 밑바닥에서부터
삶의 끝에 이르기까지
희노애락애오욕의 일곱 가지 정을 흔들며
채찍을 휘두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살만하면
기뻐할만하면
행복해질만하면
슬픔이 무엇인지를
고통이 무엇인지를
뼈에 사무칠 정도로 각인시켜주기도 한다.
우리에게 시련은
바람과도 같은 존재이다.
분명 손에 쥘 수 없는
바람인 것이다.
잡는다고 잡아지는 것이 아니라
놓친다고 놓아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때 되면 한 번씩 불어오는
바람인 것이다.
2009년 3월 13일 금요일
시련을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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