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허공에 걸쳐놓은 줄

청아당 2009. 3. 12. 19:59

허공에 걸쳐놓은 줄

 

숲속에 앉아 있으면

강렬한 기운이 온몸으로 파고든다.

그리고 고요하면서도 차분한 숲의 소리가

가슴을 누르며

바위를 흔든다.

분명 침묵 속에 떠있는 바위이지만

우주를 끌어당기며

느끼는 편안함이기에

더욱 깊은 침묵으로 고요를 흔든다.

나뭇가지는

하늘을 향해 두 손을 펼치고 있지만

봄의 기운만큼은

왕성하게 느껴진다.

조금만 기다리면

새순을 틔우고

전에 보여줬던 활기찬 발걸음을

다시 보여주겠다고 야단들이다.

지금은 약수도 메말라 멈춰있지만

산속의 숲들을 깨우며

다람쥐랑 꿩이랑

그리고 이름 모를 새소리들이 있는 한

삶의 활기는

결코 멈추지 않을 것임을 다짐하면서

청량산의 밝은 기운을 한껏 떨치고 있다.

바람 한 점 없는

숲속바위쉼터!

그 조용함에 정적을 느끼지만

한없는 편안함에

넋을 놓기도 한다.

정신을 놓아 나뭇가지를 흔들어보기도 하고

허공에 걸쳐놓은 줄을 흔드는

바람을 잡아

어린아이처럼 땅바닥에 내려놓기도 한다.

끝없이 연결된 바람의 끈은

우주를 흔들고

고요의 극점을 흔들어 깨우기도 한다.

편안함이란

말없이 손을 놓고

자연의 뜻대로 맡기는 일이다.

그 끝이 어딘들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바람 따라

구름 따라

흘러가는 바람이면 족하듯이

이 순간이 영원하다는

깊은 편안함만 느낄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아름다움이 있겠는가.

발걸음이 경쾌하고

마음이 경쾌하고

그 뜻이 아름다우면

그보다 더 아름다운 일은 없을 것이다.

 

2009312일 목요일

 

청량산 숲속바위쉼터에서 허공에 걸쳐놓은 줄을 바라보며...

 

청아당 엄 상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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