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편안함2(누락)

청아당 2009. 3. 9. 20:51

편안함2(누락)

 

숲속바위쉼터에 가면

나만의 공간이 있어 좋다.

좁은 공간이지만

바다처럼

우주처럼 넓어서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침묵을 위해 기도할 수 있어 좋다.

손에 쥘만한 것이 없어서 좋고

그 무엇 하나 들고 갈 수 없어 좋다.

말없이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편안하다.

아직은 겨울의 뒤끝이 남아서인지

저마다 갈라터진 가죽을 꼭 껴안고 있다.

호흡을 마음 놓고 할 수 있어 좋고

흐트러진 마음을 바로 잡을 수 있어 좋다.

누구하나 다가와서

말을 거는 이 없어 좋고

침묵으로 통하는 길이 있어 좋다.

창문을 열지 않아도

자연의 바람이 불어와서 좋고

코끝을 통해

봄을 알리는 소리가 있어 좋다.

길 없는 길은

길이 없어야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서있는 것만으로도

길 없는 길을 걸을 수 있어 좋다.

맑은 달빛이 떠오르고

투명한 가슴이 떠오르면

하산해야할 시간이다.

 

200938일 일요일

 

청량산 숲속바위쉼터에서 편안함을 대하며...

 

청아당 엄 상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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