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함2(누락)
숲속바위쉼터에 가면
나만의 공간이 있어 좋다.
좁은 공간이지만
바다처럼
우주처럼 넓어서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침묵을 위해 기도할 수 있어 좋다.
손에 쥘만한 것이 없어서 좋고
그 무엇 하나 들고 갈 수 없어 좋다.
말없이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편안하다.
아직은 겨울의 뒤끝이 남아서인지
저마다 갈라터진 가죽을 꼭 껴안고 있다.
호흡을 마음 놓고 할 수 있어 좋고
흐트러진 마음을 바로 잡을 수 있어 좋다.
누구하나 다가와서
말을 거는 이 없어 좋고
침묵으로 통하는 길이 있어 좋다.
창문을 열지 않아도
자연의 바람이 불어와서 좋고
코끝을 통해
봄을 알리는 소리가 있어 좋다.
길 없는 길은
길이 없어야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서있는 것만으로도
길 없는 길을 걸을 수 있어 좋다.
맑은 달빛이 떠오르고
투명한 가슴이 떠오르면
하산해야할 시간이다.
2009년 3월 8일 일요일
청량산 숲속바위쉼터에서 편안함을 대하며...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