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어깨에 메고 갈 때
고단한 하루를 끝내고
하늘을 쳐다보았을 때
어렸을 적 보아왔던 샛별이 보이면
맑은 추억과 더불어
중년의 이마에
세월의 흔적이 거머리처럼 들러붙는다.
밤하늘 뒤로
세월은 바람처럼 달려온 것이다.
한해 한해가
어렵고 힘든 하루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편안하고 행복한 여정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굴곡의 세월을 인내해온
끈기만큼이나
어깨에 짊어져야할 짐은
더욱더 무거워진다.
젊었을 때는
엉겁결에 바위도 밀어내고
산도 들어내며
달릴 수 있었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바위는 더 깊은 땅속으로 스며들고
산은 하늘이 내려앉은 것처럼
꿈쩍도 않는다.
뒤돌아보면
몸은 천근만근이고
손에 쥐어진 것 없이
홀로
바람만 맞고 있을 뿐이다.
고목처럼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지는 것도 좋지만
삶의 윤활유인
경제력이 따라주지 못하면
삶은 더욱 척박해질 수밖에 없다.
세상 사람들은 세속적인 사람들을 욕하지만
세속에 살다보면
가족을 비롯하여
당장 해결해야할 의식주 그리고
왜 그렇게밖에 살 수 없는가를
깨닫게 된다.
말로는 고상하고 이상적인 삶을
그려낼 수 있지만
현실적인 삶에서는
꿈과 이상만 가지고는
배고파서 살 수가 없는 것이다.
무엇이 이토록 우리들의 삶을 힘들게 했는가? 를 뒤돌아보기 전에
인간의 역사는
살아남기 위한 투쟁에서 시작되어졌다는 사실만
더욱 폐부를 찌르고 있을 뿐이다.
달리기 전에
우리에게 다가오는 화두는
편안하게
먹고 마시고
멋있게 살기위한 전제조건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의식주가 해결되면
그때서야 비로소
삶의 근원을 따져보고
우주의 근원을 따져보게 된다는 점이다.
물론 사람마다
개성이 달라서
어떤 이는 의식주가 충족되지 않아도
삶의 근원을 따지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어떤 이는 의식주가 넘쳐나도
삶의 근원보다는
삶의 끝에서 향락을 위해 전념하는 이도 있는 것이다.
그 누가 되었든 지간에
우리에게 주어진 세월은
한해 한해가
어깨에 짊어지고 가기에는
버겁다는 점이다.
바람처럼 허공을 뚫고 달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사실 허공도 허허벌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류에 의해 생겨난 새로운 장벽도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삶도
허공에 난 새로운 장벽을 만나는 것과 같다.
결국 모두가 꿈꾸는 우리들의 세상은
의식을 마비시키는
종교적인 힘으로 이 세상을 살아나가는 것이 아니라
이성적이면서도 상상을 초월한 역발상적인 힘으로
이 세상을 살아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의외로 간단하다.
삶을 윤택하게 하면서도
이상적인 삶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청사진이다.
다만 청사진에 의해
살다간 사람은
이제껏 단 한사람도 없었다는 사실만
더욱 깊이
허공에 각인되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09년 3월 1일 일요일
청량산 숲속바위쉼터에서 세월을 바라보며...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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