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자세로 서있는 소나무
자연은 야생이다.
제멋대로 자랄 수 있다는 것은
키 높이를 자랑하지 않고
낮은 키를 고마워하며 사는 것이다.
청량산 정상을 향해
나무계단을 밟고 오르다보면
낮은 자세로 서있는 소나무들을 발견하게 된다.
못생길수록
곡선미가 풍부하다.
곡선미는
아름다운 감동을 준다.
산을 휘어 놓은 남도의 길처럼
예술성은 붓끝에서 나오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달빛을 안고 서있는
경포대의 노송처럼
곡선미는 영혼을 흔드는 매력이 있다.
혹한에 내려앉고
폭풍에 내려앉은
키 작은 나무일수록
생명에너지가 강하다.
에너지가 강하다는 것은
생명력이 끈질기다는 소리와 같다.
송도에서 영종도로 이어지는
인천대교가 내려다보이는 곳이지만
청량산은 말없이 침묵으로 내려다보고 있다.
한번쯤은 큰소리로
호통도 칠만한데
남의 자리를 탐하지 않는
인고의 세월만큼이나
미동이 없다.
한곳에 오래 서있을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을 알고
남을 알고
그리고 배려의 미학을 알고 있다는 말과 같다.
오늘도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얼굴엔
미소가 있고
발걸음이 경쾌하다.
가족들이 줄지어 손을 잡고 오르는 모습에
지금 봄이 오고 있다고
서로의 귀에 대고 나무들이
소곤거리고 있다.
날이 따뜻한 탓도 있지만
길목에 앉아
일년 신수와 평생신수를 보아주는
아주머니의 화려한 말솜씨에
길흉화복의 좋은 점괘가 청량산을 뒤덮고 있는지도 모른다.
낮게
더 낮게
허리를 굽힐수록
자생력이 뛰어나듯이
더 낮은 자세로 산을 오르고 있다.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낫고
내일보다는
모레가 더 낫다는
꿈 아닌 희망으로
쿵쿵거리며
산을 오르고 있다.
2009년 2월 1일 일요일
청량산 정상에 오르며 낮은 자세로 서있는 소나무를 바라보며...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