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전에 없던 길

청아당 2007. 6. 12. 20:02

전에 없던 길

 

늘 다니던 길에서

전에 못 보던 길이 발견된다.

분명 두 눈 크게 뜨고 다녔는데도 불구하고

눈을 감은 것처럼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세월은 그동안 숨겨놓은 것들을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듯이

하나하나씩 풀어놓는다.

팔다리가 아픈 것부터 시작하여

어깨와 무릎 그리고 이와 눈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이다.

항상 건강하고 젊음이 넘쳐날 것만 같았던 세월들

세월도 자리를 펴고 누울 때

팔다리가 쑤신다고 한다.

혈압도 당뇨도

그리고 암도

있는 병 없는 병 다 끄집어내놓고

세월에 기대어 보라고 한다.

살날보다는 죽을 날이 더 가까워지는 나이

노인성 질환은

그냥 줘도 서로가 떠민다고 한다.

그래 전에는 없던 길이

분명 새로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오월의 계절 속에서

잉태되는 새 생명처럼

또 다른 길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2007610일 일요일

 

청량산 사색의 길에서 전에 없던 길을 발견하며...

 

청아당 엄 상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