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없던 길
늘 다니던 길에서
전에 못 보던 길이 발견된다.
분명 두 눈 크게 뜨고 다녔는데도 불구하고
눈을 감은 것처럼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세월은 그동안 숨겨놓은 것들을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듯이
하나하나씩 풀어놓는다.
팔다리가 아픈 것부터 시작하여
어깨와 무릎 그리고 이와 눈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이다.
항상 건강하고 젊음이 넘쳐날 것만 같았던 세월들
세월도 자리를 펴고 누울 때
팔다리가 쑤신다고 한다.
혈압도 당뇨도
그리고 암도
있는 병 없는 병 다 끄집어내놓고
세월에 기대어 보라고 한다.
살날보다는 죽을 날이 더 가까워지는 나이
노인성 질환은
그냥 줘도 서로가 떠민다고 한다.
그래 전에는 없던 길이
분명 새로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오월의 계절 속에서
잉태되는 새 생명처럼
또 다른 길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2007년 6월 10일 일요일
청량산 사색의 길에서 전에 없던 길을 발견하며...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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