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수난 받는 송도 길거리 작은 쉼터

청아당 2007. 5. 28. 19:08

수난 받는 송도 길거리 작은 쉼터

 

송도에 가면 즐거움이 사라진지 오래다.

커피한잔을 마시기 위해

달려가는 

즐거움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구청에서 행하는 노점상 단속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눈치껏 해오기를 10년 이상 버텨 온 저력이 있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작년 겨울부터 본격적인 노점상 단속이 시작되었다.

인천시립박물관 옆에 위치한 노천카페의 자리엔

컨테이너 박스가 하나도 아니고 두개씩이나

노천카페의 노점상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메꾸고 있다.

가장 호황을 누리던 자리이다.

그러고 보니 인천시립박물관 새 단장을 끝마치고

개관 이후로 본격화되어진 것 같다.

노점상 노천카페가 열군 데가 넘지만 지금은

한 곳도 없다.

구청으로 우르르 몰려가

항의도 해보고 농성도 해보았지만

결국은

빈터로 남게 되었다.

물론 인천상륙작전기념관에 위치한 보다 낭만적이고 전망이 좋은

전망대커피숍이 있지만

차량에서 밖을 내다보며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입지적인 조건과 서민적인 정서를 만족시켜주지 못한다는 이유로

노천카페에 밀린지 오래다.

노점상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정서와 낭만 그리고 연인들의 명상 터로 서있던 그 자리가

고통의 깊이로 서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포수에 쫓기는 참새처럼

언제든 단속의 눈치를 피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노점상은 골병감이다.

찬바람에 노출하거나 오래도록 서있다 보면

여기 저기 몸이 성한 곳이 별로 없다.

그래도 삶을 지탱하게 해주는 유일한 수단이자

길이기에

갖은 수난과 구박 속에서도

그 자리를 지켜왔던 것이다.

이제는 텅 빈 자리가 쓸쓸해 보인다.

가을도 아니고 겨울도 아닌

모든 생명이 줄지어 나타나는

계절의 여왕 5월인데도

마음 한 곳이 쓰라리다.

단돈 500원에

커피를 마시며

낭만과 명상을 즐기기 위한 일보다도

지금 그분들의 삶이 걱정되어서이다.

또 다른 노점상을 향하거나

새로운 삶을 위해 도전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무슨 수로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느냐하는 걱정 때문이다.

당장 자식들 학교도 보내야하고 세끼를 해결할 사람들인데

지금껏 해온 것처럼

자식들 3남매를 대학까지 보낼 정도로 악착같이

비가 오나 눈이오나

버텨왔는데

이제는 더 버틸 힘이 없는지

송도 길거리 작은 쉼터엔

허공을 치는

빈 그림자만이

아른거린다.

 

2007527일 일요일

 

송도 길거리 작은 쉼터에서 노점상 단속으로 벌써 몇 개월째 보이지 않는 노점상 사람들을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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