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빈 공간

청아당 2007. 5. 13. 21:17

빈 공간

 

세월을 풀었다 포개놓으면

과거가 떠오른다.

10년 전

20년 전

30년 전

삶의 한 가닥이 한순간에 달려왔음을 느낀다.

이렇게 또 다시

10년 후

20년 후

30년 후를 생각하면

풀었다 포개놓을 세월이

점점 좁아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왔다가 소문 없이 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 든든한 일이지만

눈과 귀를 뒤흔드는 쟁쟁한 소리만큼은

놓고 가고 싶다.

처음부터 하나로 왔기에

갈 때도 하나로 갈 수밖에 없다.

무엇 때문에 왔다가

무엇 때문에 가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빈 공간을 향해

빈손으로 갈 뿐이다.

 

2007513일 일요일

 

빈 공간을 향해 빈손을 저으며...

 

청아당 엄 상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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