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내리는 출근길 세상이 하얗다. 밤새 순백의 이슬로 쌓인 첫눈이다. 뒤로 가는 가을을 첫눈으로 겨울을 알리고 있다. 포근하고 마음 편한 하루를 맞이하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세상은 흔들려도 자연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묵언의 메시지이다. 좁고 긴 터널을 지나 밝고 넓은 빛을 맞이하라는 축복의 눈이다. 하늘에서 상서로운 빛이 쏟아져 내리는 것처럼 축복의 눈도 그렇게 내리고 있다. 순식간에 함박눈이 내리던 날 처음 만난 순간이 떠오른다. 온통 세상이 하얀 가운데 그사이를 어린애처럼 뛰어놀던 그때가 생각난다. 사무실 밖으로 뷰를 향한 조형물 위로 함박눈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다. 하루를 경쾌하게 맞이할 수 있는 마음 편한 날이다. 2024년 11월 27일 수요일 청아당 엄 상 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