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기공호흡
“하루종일 우주의 에너지가 백회를 통해 흡수되고 있었다. 퇴근 후 30분 정도의 수면으로 가볍게 휴식을 취하였다.
그리고 23:00 북향을 바라보고 정좌 후 명상에 들어갔다. 호흡은 편하게 자연스럽게 두었지만 가늘고도 가볍게 유지하였다.
놀라웠다.
하루종일 목마르게 기다렸다는 듯이 곧장 에너지는 반응하였다.
순식간에 혈관과 세포 세포 사이를 물줄기처럼 타고 흐르기도 하고 빛처럼 뻗어나가 백회부터 발가락 끝까지의 회전을 몇 차례 연달아 반복하였다.
때로는 강한 폭포수의 강도로 때로는 맑은 시냇물이 가볍게 흐르듯이 때로는 한 마리의 용이 파도를 타며 물결처럼 승천과 하강을 반복하듯이….
자유자재로 에너지는 나의 몸속을 여행하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에너지는 나의 목을 좌우로 풀어주듯 움직이게 하더니 나도 모르는 순간 나를 무아 속으로 안아버렸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발생하였다.
코를 통하여 홉, 지를 가볍게 반복하고 있던 숨이 복부로 옮겨가 자율적 호흡 실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그리고 복부의 피부 겉면과 두피의 피부 겉면으로 숨이 쉬어지고 있었다.
그러면서 코와 폐를 통한 호흡의 양이 절반 이하로 줄어버렸으며 절반 이하로 가벼워져 버린 것이다.
순간 나는 내가 코를 통하여 호흡하지 않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의 양으로 줄어버린 것이다.
계속 이어지는 복부의 호흡과 복부의 피부호흡 두피의 피부호흡 속에서 마치 구름 위에 앉아서 솜털의 무게로 명상을 이어가고 있다는 환상에 빠져있는 느낌이랄까.
오늘 이른 아침 명상 때와 동일하게 어느 순간 색즉시공 공즉시색이 심장을 통해 터져 나왔다.
오늘 하루는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우주에너지와 태양의 에너지, 자연의 에너지가 삼박자 속에서 신비함과 감사함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 밤 잠들기가 아쉬울 정도다.”
23:00 명상을 마치며 신비로움을 기록한다.
4월 15일
“30분 명상 마무리하였다.
매우 안정감이 있다.
나의 육체가 하나의 통로로 뚫려 연결되어 있는 기분이다.
어느 곳 하나도 막힘이 없이 물길이 뚫려 돌아가는 느낌이다.
원통형으로 뚫려 무아의 세계로 빨려 들어갔다. 우주와 나와의 벽인 경계점이 사라져 버렸고 색즉시공 공즉시색이 나타나면서 황금빛 찬란한 우주의 빛과 함께 고요의 극점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냥 그 자체로 하나로 연결되어져 버렸다. 우주를 통해 진정한 자유를 만끽하는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그 순간은 아무런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텅 빔 자체 그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피부기공호흡이다.
더 이상 숨을 쉴 수 없는 상태가 온다는 것은 자율적으로 호흡을 한다는 것이다. 백회에서 스스로 할 수도 있고 복부에서 스스로 할 수도 있고 전신에서 스스로 호흡을 할 수도 있다.
하고 싶어서 하는 피부기공호흡이 아니다. 수련 중에 나타나는 자율적 호흡이기에 더 값어치가 있는 것이다.
우주와 나와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호흡이 우주로 연결되어져 있다는 것은 온 우주와 내가 하나가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말 그대로 원에 풍덩 빠져들어 하나로 연결되어져 있다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세포와 피부에서 일제히 일어서는 것이 피부기공호흡이다.
피부기공호흡은 단순히 현상적인 것만 의미하지는 않는다. 피부기공호흡은 호흡 수련자에게 있어 깨달음에 버금가는 소중하고도 귀한 체험이기에 더욱 값어치가 있는 것이다.
더구나 피부기공호흡과 함께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세계가 펼쳐지고 거기에다 황금빛 찬란한 고요의 극점까지 나타났다면 그 체험은 상상 이상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피부기공호흡 하나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깊은데 색즉시공 공즉시색과 함께 나타나고 있는 깨달음의 꽃인 고요의 극점을 접한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미 높은 경지를 다 경험한 것이지만 피부기공호흡과 함께 다가오는 것이기에 그 의미는 새롭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날마다 새로운 현상들이 싱싱하게 터져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인고의 세월을 겪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2021년 4월 15일 목요일
청아당 엄 상 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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