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空)과 자유 – 고요의 극점
공(空)
어리석었다. 욕심이었다
집착하였다
진정 하단전의 축기는
의념으로만
채워지는 것은 아니었다
"空" 이었다
"空" 함이 채움이고 비움이었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이었다
자유
숨이 자유를 원한다고 했다
틀 속에 가두지 말아 달라고 외치는
소리를 찰나의 순간에 듣게 되었다
자유를 만끽하다 돌아갈 수 있는 지점만
설정해달라고 부드럽게 청하는 숨의
움직임을 받아들인 채 자유를 주었다
숨의 자유는 아름답다 못해 신비에
가까운 자유를 누렸다
하단전의 마심과 중단전의 뱉음의 숨을
순간 동시에 분리하는 자유의 호흡을
바라보는 순간 놀라움과 경이로움 속에서
그저 놓아버렸다
한 몸 한순간에 호와 흡을 동시에
주다니….
왼쪽, 오른쪽…. 하에서 상으로….
때로는 숨을 척추 안쪽 벽까지
몰아가기도 하였고 들숨으로 돌아갈 때는
한 번에 주지 않고 반복적으로 짧게
평행을 이루게 하며 평행에 도달했을 때는
자연스럽게 멈추고 축기에
들어가는 자율이 되었다
숨의 자유는 조금씩 조금씩
조율해나가더니 30분 정도 지난 후에
유통에 이르러 상단전을 통과하여
약속된 지점에 자리하여주었다
여유로운 반복 속에 어느 순간 너무나
잔잔하고 고요한 망망대해 바다가 펼쳐졌으며
파도 없는 고요의 검푸른 물결을 평화 속에 마주하였다
풍덩 뛰어들어도 고요와 잔잔함의 물결 위에
앉아 있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숨의 자유 속에 나를 완벽히 맡겼을 때는
바다도 형상도 온데간데없이
깨지지도 변화하지도 않는
우주의 색채 속에 존재하고 있었다
음….
뭐랄까….
"동" 도 아니오
"정" 도 아닌
공간 속에 안겨있었다
그곳은 느낄 뿐
내가 아닌 나로 존재하였다
“"空" 함이 채움이고 비움이었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이었다”
깨달음의 노래는 언제 들어도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깨우침의 소리이기에
일갈을 부르짖는 소리이기에
우주의 굉음이 터져 나오는 소리이기에
황금빛 찬란한 빛과 空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소리이기에
그 자체로 영원한 진동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벽을 깬다는 것은
틀을 깬다는 것은
우주의 거대한 칼날로 단번에 내리치는 것과 같다.
멈칫거리거나
순간의 판단이 흐트러지는 순간
벽과 틀 안에 안주하게 되기에
깨트릴 때는 과감하고 거침없는 판단으로 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높은 호흡량 속에서만 가능한 줄 알았다.
낮은 호흡량 속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그것도 빠른 속도로 뒤쫓아오고 말았다.
56일 만에 고요의 극점에 들어서는 쾌거를 맛보았다.
처음부터 고수였다.
다만 진정으로 가야 할 길을 몰랐을 뿐
우주의 지도와 내비게이션의 방향을 몰랐을 뿐
이미 갖추어진 영성체였다.
길만 알려주어도 가능하였다.
아니 현재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만 알려주어도 가능하였다.
호흡의 자유로운 길목을 알아차렸고
척추 속으로 파고들어 갈 만큼 빽빽하게 당길 줄도 알았다.
잡고만 있지 않았다.
어느 순간 기막힌 타이밍에
놓을 줄도 알았다.
바로 그 순간 고요의 극점이라는
거대한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
우주의 가장 안쪽이자
신의 손이 닿지 않는 곳
태초 이전의 자리인
흔들어도 흔들리지 않는
우주 본래의 자리에 무사히 안착할 수 있었다.
황금빛 찬란한 우주의 빛과 空이라는
우주의 터널을 지나
고요의 극점에 들 수가 있었다.
이 얼마나 기막힌 일인가?
할 수 없는 줄 알았다.
연약한 몸이기에
그러나 강인한 정신과 돋보기도 뚫을 만큼의 고도의 집중력은
그 모든 것을 초월하였다.
그만큼 간절하였고
하늘을 움직일 만큼
크고 거대한 기도가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자
천지가 개벽할 일이다.
2021년 3월 8일 월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오늘 올린 詩』 > 『오늘 올린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든 것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으로(글) - 자율호흡법 (0) | 2021.03.25 |
---|---|
이미 고수였다 - 체계도와 방향성 잡아나가기 (0) | 2021.03.10 |
숨 – 깨우침의 노래 (0) | 2021.03.05 |
문의 열고 닫힘을 보라 - 오도송(悟道頌) (0) | 2021.02.25 |
믿음의 그릇은 커야 한다 (0) | 2021.0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