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소중한 것을 오래 남기지 않는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수직선과 바다에서 선을 긋고 달려가는 수평선과의 만남이 자연이다.
일생을 되돌아보면 생사의 갈림길에서 험난한 과정을 겪게 되어있다.
유난히 굴곡이 심한 인생이 있는가 하면 순탄한 인생도 있다. 어떤 것이 더 좋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은 자연의 흐름 때문이다.
지금껏 달려온 모든 생이 한곳을 향하는 것은 오직 자연이라는 이름으로 움직이는 행위들 때문이다.
분명 함께 걷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옆이 허전한 것을 느낀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로 먼저 가려는 생성소멸 때문이다.
자연은 순위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자연은 소중한 것을 오래 남기지 않는다.
언제든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고 있다.
바람결에 스치는 것도 세파에 시달리는 것도 우리 곁을 스치는 모든 것은 자연이라는 이름이다.
자연은 스스로 그러한 모습을 지으며 어떤 때는 한 획을 긋기도 하고 어떤 때는 허공을 향해 흩뿌리기도 한다.
자연을 손안에 쥐었다고 생각한 순간 자연은 이미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
자연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그냥 그 상태로 순수하게 느끼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한다.
자연을 만지는 순간 자연은 더 이상의 자연이 아니기 때문이다.
2021년 1월 5일 화요일
청아당 엄 상 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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