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바람은 빈틈을 향해 달리는 것을 좋아한다.
떼로 몰려다니는 바람에 바람이라는 이름을 얻기도 했지만 바람은 바람처럼 사는 것이 좋을 때도 많다.
문제는 바람이 바람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선한 영향력을 미친다.
악은 아무리 자제해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겸손으로 누르고 싶을 정도이다.
선과 악은 공존하며 서로를 위해 어깨를 두드려주기도 하고 손을 잡고 함께 다니기도 한다. 그렇지만 겸손할 때는 한없이 겸손해야 하는 것이 바람이다.
바람은 교만에 빠져 갈 길을 잃어버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아니 풍찬노숙(風餐露宿)처럼 갈 길을 잃어버린 채 거리를 헤매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이성을 제어할 능력이다.
맹목적인 믿음은 모두에게 손가락을 받듯이 현실을 똑바로 직시해야 할 때가 되었다.
종교는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다.
종교를 이용하여 정치하려는 순간 신성한 종교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가장 순진한 어린아이처럼 종교를 믿어야만 종교다운 종교를 세울 수가 있다. 아무리 종교가 난무한다고는 하지만 종교의 신성한 울타리를 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종교가 가장 시련을 겪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풍지대처럼 힘없이 무너지고 있는 종교의 영역 속에서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다시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도하고 또 기도하고 그것도 모자라 눈물을 흘려가며 불쌍한 중생들을 위해 기도하는 진정한 신앙인들의 기도에 찬물을 끼얹어져서는 안 된다고 본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이다.
전 세계적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져 있기에 다 같이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이 난세를 극복해나가야만 한다.
바람은 처음부터 길을 잃은 것이 아니다.
지금도 여전히 자신의 길을 가고 있을 뿐이다.
2020년 8월 29일 토요일
청아당 엄 상 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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