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국제도시가 사라졌다
거대한 인공 섬에 떠있는
송도국제도시가 사라졌다.
안개도 아닌 미세먼지 악화로 인해
청량산에서 송도국제도시가 안 보인다.
경인송신탑전망대에서도 안 보이고
용학유정 정상에서도 안 보인다.
단 한순간에
송도국제도시가 사라졌다.
인천대교도 안 보인다.
신세계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잠시 꿈을 꾼 것이다.
정상에서 명상을 한 후
되돌아오는 길에
소나무 한그루가 안 보인다.
수령 50년은 넘어 보인 소나무였는데
통나무길 산책로에 걸쳐
안쪽으로 허리를 낮추고 있던
겸손한 소나무였는데
밑동이 전기톱에 의해 잘려 나갔다.
평소에 소나무에 머리를 부딪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고메시지’가 여기저기 쓰여 있었다.
소나무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생각 때문에
결국 소나무가 베어져 버렸다.
통나무길 산책로만 놓지 않았어도
그대로 존재했을 소나무였는데
몇 년을 못 버티고 사라지고 말았다.
그런데
바람의 언덕을 지나
경인송신탑전망대 밑에 위치한
소나무는 그대로 살아있다.
허리를 낮추는 것도
통나무길 안쪽이냐
통나무길 바깥쪽이냐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것 같다.
이 소나무는
통나무길 바깥쪽으로 허리를 낮추고 있기에
그대로 살아있다.
같은 소나무도
같은 겸손함도
어떤 방향으로 뻗어있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8년 1월 20일 토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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