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송도국제도시가 사라졌다

청아당 2018. 1. 20. 17:23

송도국제도시가 사라졌다

거대한 인공 섬에 떠있는 
송도국제도시가 사라졌다

안개도 아닌 미세먼지 악화로 인해 
청량산에서 송도국제도시가  보인다

경인송신탑전망대에서도  보이고 
용학유정 정상에서도  보인다

 한순간에 
송도국제도시가 사라졌다

 

인천대교도 안 보인다.

 

신세계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잠시 꿈을 꾼 것이다.

 

 

정상에서 명상을   
되돌아오는 길에 
소나무 한그루가  보인다

수령 50년은 넘어 보인 소나무였는데 
통나무길 산책로에 걸쳐 
안쪽으로 허리를 낮추고 있던 

겸손한 소나무였는데 

밑동이 전기톱에 의해 잘려 나갔다

평소에 소나무에 머리를 부딪칠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고메시지 여기저기 쓰여 있었다.

 

소나무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생각 때문에

결국 소나무가 베어져 버렸다.

 

통나무길 산책로만 놓지 않았어도

그대로 존재했을 소나무였는데

몇 년을 못 버티고 사라지고 말았다.

 

그런데

바람의 언덕을 지나

경인송신탑전망대 밑에 위치한

소나무는 그대로 살아있다.

 

허리를 낮추는 것도

통나무길 안쪽이냐

통나무길 바깥쪽이냐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것 같다.

 

이 소나무는

통나무길 바깥쪽으로 허리를 낮추고 있기에

그대로 살아있다.

 

같은 소나무도

같은 겸손함도

어떤 방향으로 뻗어있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8120일 토요일

 

청아당 엄 상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