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란?(수정)
너도
나도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이름 없는 풀처럼
이름 없는 섬처럼
그렇게 우리들은 존재해왔다.
누가 내 이름을 불러달라고 했던가?
누가 내 마음을 알아달라고 했던가?
세월에 밀려 태어난 것이
우리들의 운명이 아니었던가?
허공을 붙잡고 싶으면
몸이 아닌 마음으로 잡아야한다.
공허감에 붙잡혀
몸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땐
마음으로 빠져나와야 한다.
그 누가 우리들의 마음을 알겠는가?
그 누가 우리들의 몸을 알겠는가?
한번가면 그것으로 끝인데
한번 오면 그것으로 시작인데
그 누가 우리들의 발자취를 기억해주겠는가?
망각의 강을 건너는 순간
우리들의 기억은 모두 다 지워진다.
이 모두가 마음과 생각이 자리하고 있기에 가능하고
이 모두가 몸과 행동이 자리하고 있기에 가능하다.
제자리에서 맴도는 바람처럼
제자리에서 떠도는 구름처럼
하늘을 향해 손을 저어보는 것으로 위안을 삼자!
얼마나 많은 세월이 우리 곁을 지나갔던가?
얼마나 많은 현실이 우리 곁을 지나갔던가?
그 누구도 우리들의 발자취가 되어주지 못한 채
바람과 구름,
하늘과 땅만이
우리들의 지지대가 되어주지 않았던가?
마음이란?
붙잡고 싶어도 붙잡을 수가 없고
놓고 싶어도 놓을 수가 없다.
그것은
눈에 보이는 존재와 싸워야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와 싸워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끝을 알아야만 마음을 알 수가 있고
그 시작을 알아야만 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현란한가?
이 얼마나 난해한가?
마음이란?
우주의 끝에서 놀기도 하고
우주의 바닥에서 놀기도 한다.
마음이란?
손끝에 매달리기도 하지만
발끝에 매달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 끝을 알 수 없는 것이 마음이고
그 시작 또한 알 수 없는 것이 마음이다.
마음이란?
깊이를 알 수 없기도 하지만
높이 또한 알 수가 없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이 얼마나 가늠할 수 없는 존재인가?
만약에
내 몸이 없었다면 마음도 없었을 테고
마음이 없었다면 내 몸도 없었을 것이다.
가야할 곳에 서있는 것도 마음이고
와야 할 곳에 서있는 것도 마음이다.
손으로 잡고 싶어도 잡을 수 없는 마음!
어떤 때는
둥둥 떠다니는 부유물처럼 우리 곁을 지나가기도 하고
어떤 때는
솜처럼 부드러운 모습으로 우리 곁을 지나가기도 한다.
마음이 우리들 몸속에 갇혀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도 큰 오산이고
마음이 우리들 정신을 지배한다고 생각하면
그것도 큰 오산이다.
마음은 우주를 향해 홀로 떠나기도 하고
마음은 우주를 향해 함께 떠나기도 한다.
다만
마음이 있는 곳에 몸이 있고
몸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몸과 마음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 운명이고
몸과 마음이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 천명이다.
2017년 3월 9일 목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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