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우주 속에 또 다른 우주가 있다

청아당 2016. 3. 27. 21:14

우주 속에 또 다른 우주가 있다

 

현생에서 또 다른 내가 존재하듯이

우주에서도 또 다른 우주가 존재할 수 있다.

 

그것은

보이는 우주와

보이지 않는 우주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눈에 보인다고 진실은 다가 아니듯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진실을 무시할 수 없듯이

우리들의 눈과 귀를

한꺼번에 사장시킬 수 있는 것이

보이지 않는 우주이자

보이지 않는 손이기 때문이다.

 

잠시 지구를 여행하고 오겠다던

그 손짓

그 눈빛

그러나 영원히 윤회할 수만은 없는 일이지 않은가?

 

우리들이 알지 못했던 우주의 세계

우리들이 풀어야할 우주의 내면세계

얼마나 더 달려야만

우주의 안팎을 모두 알 수 있단 말인가?

 

그러고 보면

우주 속에

또 다른 우주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과거의 숱한 생들로 이루어진

내속에

또 다른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우쳐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처음부터

눈을 감고

귀를 닫으며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달리고 또 달리면

우주의 내면세계를 알 수 있다던

깨달음의 세계를 향해

동경의 눈빛으로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그만큼 깨달음의 세계는

우주의 안팎을

가장 깊게

가장 높게

가장 넓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뒤돌아볼 시간도 없이 달려온 세월이지만

파고들면 파고든 만큼 복잡하게 얽혀져있는 것이

우주의 내면과 밖이기에

함부로 발길질을 할 수 없는 것이

우리들의 고민이자 삶의 방향이기 때문이다.

 

 

음도 끝도 없는 세월이 있을까?

 

어디든 달려가도

그곳이 처음이요

그곳이 마지막이 될 수 있는

무한의 세월은 있을까?

 

보고 있는 세월은 무엇이며

듣고 있는 세월은 무엇이며

오감으로 느끼는 세월은 무엇이란 말인가?

 

끝도 시작도 없는

억겁의 세월을

우리는 무한의 세월이라 부른다.

 

손에 쥔 것 없이

발걸음 하나로 버텨온

세월인데

무한을 향해 달려간다면

어느 곳에 도달할 수 있을까?

 

지구도 아니고

우주도 아니고

허공과 공허 속에 갇혀있는 것도 아니고

침묵과 고요 속에 갇혀있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무한의 세월은 어느 곳에 잠들어 있는 것일까?

 

손을 내밀어

허공을 저어보아도

도무지 보이지 않는 것은 세월뿐이다.

 

그래도

바람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구름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산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강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우리들의 숨소리가 살아 있는 동안은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세월이기에

눈을 감거나

눈을 뜨거나

그에 굴하지 않고 달려가는 것이

우주에서 말하는

억겁의 세월이자 무한의 세월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의 생각은 물어보지도 않고

절대자의 뜻대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라하면 가고

멈춰라하면 멈추는

그런 세월에 묻혀가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반항할 수도 없는

우리들의 힘은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과의 충돌 속에서도

서로 평행선을 그어가며 함께하고 있는 이유는

우주 속에 또 다른 우주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우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심오한가?

절대자만이 할 수 있는 숨바꼭질이기에

우리들의 생각을 뛰어넘어

또 다른 우주까지 만들어 놓고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과의 차이를 반영해놓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우리들 내면에 잠들어있는 깨달음을 깨워서라도

우주의 안팎을 알아내야하지 않겠는가?

 

그것도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명상이라는 이름으로

깊고도 깊은 손놀림으로

깊고도 깊은 침묵으로

알아내야하지 않겠는가?

 

또 다른 내가 존재하기 전에

또 다른 우주가 존재하기 전에

우리들의 모든 힘을 기울여

우주의 비밀을 풀어내야하지 않겠는가?

 

이제 더는

눈을 감거나

귀를 닫으며 살아갈 수는 없는 일

가야할 길이

아무리 험난하고 고통스러워도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2016년 3월 27일 일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